17일 증시가 폭락세를 보이면서 투자자들과 증권사 직원들은 할 말을 잃었다. 증권사 객장은 침묵 속에 투자자들이 거의 자취를 감췄으나 수익증권 환매고객들의 발길만은 하루 종일 끊이지 않았고 관련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이날 낮 여의도 모 증권사 객장에서는 오전까지만 해도 간간이 들리던 말소리 조차 사라졌으며 몇몇 고객들이 오히려 풀이 죽은 증권사 영업직원들을 위로하는 '진풍경'도 눈에 띄었다. 한 개인투자자(55.서울 상도동)는 "지난 주말 장이 뜨는 것을 보고 주식을 샀으나 오늘 하루 순간순간 시세판 보기가 겁날 정도로 망가졌다"며 허탈해했다. 그는 또 "현재 주식폭락의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한 부시 대통령이 원망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한 투자자(52.서울 사당동)는 "주위에서 '지금이 바닥'이라는 의견이 많아 다시 손을 댔으나 성급했던 것이 아닌가 후회한다"고 말했다. 증권사 직원들은 이제 거의 '포기상태'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모 증권사 성남지점 직원은 "살벌한 단계를 지나 증시전체가 '패배주의'로 가득찼다"면서 "이제 '주식을 안하는게 돈 버는 방법'이라는 인식이 우세한 상황"이라고말했다. 한 증권사 영동지점 관계자는 "객장에서 느끼는 투자심리는 IMF 당시 보다 오히려 더 안 좋은 것 같다"며 투자심리 위축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목표가와 실제주가의 차이가 너무 크다고 항의하며 증권사 본사의 리서치센터연락처를 문의하는 투자자들의 전화도 늘고 있다. 한준욱 굿모닝신한증권 창동지점장은 "이라크전쟁, 북핵문제 등으로 투자자들이 많이 지쳐 있는데다 SK 문제가 카드채 문제로 번지자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면서 "그러나 매도시점마저 놓친 투자자들이 전쟁개시와 함께 불확실성 해소로 장이 반전하지 않을까 한 가닥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