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시장의 위기는 "신뢰의 위기"에서 비롯됐다. 약간의 불안조짐만 보여도 고객들이 앞다퉈 환매에 나서는 것은 신뢰기반이 허약하는 증거다. 신뢰를 찾기위해선 투신사 스스로 경영풍토를 혁신해야 되며 금융당국도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신뢰회복이 관건=IMF위기 이후 신세기 한남투신 부도,1999년 대우채 사태 등을 거치면서 투신사의 이미지는 크게 실추됐다. 그로부터 투신사의 주된 고객인 금융회사(은행 보험 연기금)들은 투신사에 돈을 맡기면서도 '건전한 투자회사'로 인정하지 않기 시작했다. 엄연한 실적배당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확정금리에 준하는 수익률을 요구하는 게 관행처럼 돼버렸다. 더 큰 문제는 자금유치에 급급한 투신사들이 고객의 목표수익률을 맞춰 주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투신사 사장은 "자기책임 아래 원칙대로 건전한 투자를 고집하는 투신사가 과연 몇이나 되겠냐"고 반문한다. 이런 상황에서 투신사들이 고객으로부터 신뢰를 받기란 어렵다. 우재룡 한국펀드평가 사장은 "채권 시가평가제를 전면 시행한 지 3년도 채 되지 않았다"면서 "장부가 평가 방식에 젖어있는 투자자들의 인식전환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모럴해저드=투신시장이 신뢰를 잃어버린 데는 정부의 책임도 적지 않다. 정부는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땜질식 처방'만 반복했다. IMF 이후 은행은 정부의 과감한 지원(공적자금)에 힘입어 구조조정을 마무리한 반면 투신사 구조조정은 차일피일 미루면서 지금까지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추가 공적자금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한투증권과 대투증권,해외매각이 불투명해진 현투증권에 대해선 정부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수탁고 기준 33%의 시장점유율을 가진 이들 3사의 경영정상화가 전체 투신시장의 안정과 신뢰를 회복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과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