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후폭풍'이 국내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채권시장에서 투매가 벌어지면서 금리는 폭등했다. SK글로벌에 돈을 빌려준 은행들의 주가는 급락했다. 환율은 정부 개입에도 불구하고 상승세를 멈추지 않았다. 이같은 금융시장의 대혼란은 북핵문제 등 지정학적 위험에 따른 경기급랭 우려와 맞물리면서 한국경제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전문가들은 "대외 요인은 차치하더라도 금융시장의 혼란을 조기에 진정시킬 수 있는 전방위 종합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 심리공황에 빠진 채권시장 실세금리 지표인 3년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전날보다 무려 0.51%포인트나 폭등한 연 5.20%를 기록했다. 지표 금리가 연 5%를 넘어서기는 지난 1월14일이후 처음이다. 대우증권의 한 채권브로커는 "최근 4년동안 금리가 0.50%포인트 이상 오른 것은 처음"이라면서 "주식시장에 이어 채권시장도 심리적 공황에 빠져든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날 금리가 급등한 직접적인 원인은 SK글로벌 채권을 편입하고 있는 투신사 MMF 및 채권펀드에 이날 하룻동안 8조원이상(잠정치) 환매가 발생, 투신사들이 현금 확보를 위해 채권을 내다팔았기 때문이다. 김찬주 세이에셋자산운용 이사는 "채권시장의 혼란이 지속될 지는 두고봐야 하겠지만 시장의 분위기는 싸늘하다"고 밝혔다. 그동안 하향 안정세를 유지해온 금리가 급등세로 돌아설 경우 금융시장에 예기치 못한 파장을 몰고와 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SK글로벌 채권이나 CP를 편입한 펀드의 환매사태가 언제 진정될지 주목하고 있다. 대규모 환매요구가 쇄도한 12일 일부 중소형 투신사들은 유동성이 부족해 환매에 응하지 못하고 있다. 한 투신사 펀드매니저는 "SK글로벌의 채권을 편입한 투신사 펀드 규모는 많게는 20조원에 달한다"며 "이같은 규모를 감안할 때 금융시장이 단기간에 안정을 되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최악의 경우 '환매자금 마련을 위한 채권매도→금리 속등→채권펀드 수익률 하락→펀드환매 압력 가중→금리상승'이라는 악순환이 되풀이 될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 주목해야할 외국인 매도세 채권시장과 달리 이날 주식시장은 SK 계열주와 은행주 급락세를 제외하면 큰 충격이 없었다. 오히려 상승종목이 5백22개로 하락종목(2백62개)보다 훨씬 많았다. 코스닥시장은 급반등세로 돌아섰다. 단기급락에 따른 기술적반등 시점과 선물과 연계된 대규모 프로그램 매수에 힘입은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환율상승과 외국인의 주식매도세, 그리고 은행주 급락은 예사롭지 않은 징조라고 말한다. 특히 은행주 급락세는 '제2의 대우그룹'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과 이번 사태로 국가 신용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악재로 작용한 때문. 다행히 이날 은행주에 대한 외국인 매도세는 미미했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SK쇼크는 가뜩이나 나빠진 한국경제의 대외 신인도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면서 "외국인의 주식 매도와 환율상승 추이를 눈여겨 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제2의 SK그룹 사태가 터질 것이란 막연한 루머나 불안감을 정부가 앞장서서 없애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