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미.이라크 전쟁을 우려한 투자주체들의 짙은 관망세 속에 프로그램매매에 따라 큰 폭으로 출렁이는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4일 거래소시장에서 종합주가지수는 오전 11시35분 현재 전날보다 13포인트 가량 하락한 577선에 머물고 있다. 개인이 389억원을 순매수하고 외국인도 12억원 가량 소폭 매수우위인 가운데 프로그램 매매가 569억원 매도우위를 보이며 지수를 끌어내리고 있다. 전날 지수가 1천억원이 넘는 프로그램 매수세 유입으로 14포인트 이상 오른 것과 정반대 상황이 빚어지고 있는 셈이다. 증시 관계자들은 이날 주가하락 요인으로 2월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제조업지수가 전망치를 하회한데다 세계 최대 반도체업체인 인텔의 올해 실적악화 전망이 나오면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급락함에 따라 삼성전자 등 우량주들의 낙폭이 커진 점을 들고 있다. 또 미.이라크 전쟁과 북핵문제 등 대외변수가 불안한 탓에 거래량이 급감한 가운데 돌발적인 뉴스가 나올 때마다 프로그램 매수 또는 매도세가 유입되면서 지수가 출렁이는 상황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대우증권 홍성국 투자분석부장은 "오늘 시장은 삼보컴퓨터가 작년 실적 악화와 두루넷의 법정관리 신청 소식에 급락세로 돌아선 것이 투자심리를 위축시켰지만 지수하락의 주된 원인은 프로그램 매도 탓"이라며 "시장이 저평가된 상황에서 뉴스에 따라 프로그램 매매로 등락을 반복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교보증권 임송학 리서치센터장은 "미.이라크 전쟁 관련 불확실성으로 투자자들이 대응하기 힘든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면서 "다음주 선물.옵션 동시 만기일을 앞두고 옵션거래를 통해 이득을 얻으려는 투기세력도 적지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이 미.이라크 전쟁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지속되면서 570~600선의 박스권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교보증권 임송학 리서치센터장은 "전쟁 발발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 이달중순까지 현물시장의 거래가 부진한 가운데 선물거래가 현물시장을 주도하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570~600선의 박스권을 이탈한 상황은 아니며 570선 전후의 지지력은 아직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이번주 후반 유엔 안보리에 이라크 결의안이 다시 제출되면서 전쟁 리스크가 고조될 경우 550선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유의주기자 ye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