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는 한때 '지는 해'로 통했다. 시장이 포화상태인 브라운관(CRT)업체라는 점에서다. 그러나 최근 '뜨는 해'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선도하는 디지털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힘찬 시동을 걸었다. 지난 2000년부터 일명 '벽걸이TV'로 통하는 PDP부문과 유기EL,2차전지 등에 뛰어들었다. 또 인건비가 부담으로 작용했던 해외 CRT 생산라인의 일부를 중국이나 동유럽 등 생산비용이 저렴한 지역으로 이전시켰다. 올 하반기엔 새로운 이동단말기용 디스플레이 모듈사업(FS-LCD)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이같은 변신의 노력은 전세계적으로 TFT-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의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CRT는 성장둔화세를 타고 있는 디스플레이업계의 구조적 개편에 기인한 것이다. 2000년 당시만 해도 전체 매출에서 CRT의 비중이 70%에 달했던 삼성SDI로서는 미래를 겨냥한 새로운 수익원 발굴이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었던 것. 지금까지 삼성SDI의 사업 구조조정은 대체로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일단 CRT의 매출비중이 50%대로 크게 낮아졌다. 이는 두번째 주력사업인 STN-LCD부문이 휴대폰시장의 확대에 힘입어 급성장한데다 신규사업 비중도 점차 커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동원증권에 따르면 2차전지는 지난해 4.6%에서 올해 8.5%로,PDP의 경우엔 2.6%에서 6.9%로 각각 매출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추정됐다. 동원증권 정성호 연구원은 "2차전지 사업은 지난해 처음으로 소폭 흑자를 기록한 데 이어 점차 흑자폭이 커질 것으로 기대되고 PDP부문도 작년엔 1천4백억원대의 적자를 보였지만 올해는 4백억원대로 적자폭이 줄고 내년엔 흑자를 낼 것"이라며 "이러한 신규제품의 이익기여로 올해 순이익은 작년보다 축소되지만 내년 순이익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지난해 수준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