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가 소액주주들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대주주와 소액주주의 구분없는 21대1의 감자안을 통과시켰다. 하이닉스는 25일 경기도 이천본사 아미문화센터에서 열린 제55기 정기주주총회에서 감자안을 비롯해 이사보수한도 승인, 정관변경, 이사 및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 및 결손금처리계산서 승인 안건을 일괄의결했다. 이에 따라 하이닉스 자본금은 26조2천175억원에서 1조2천653억원으로, 주식수는 52억3천997만주에서 2억4천952만주로 각각 감소됐다. 지난해말 채권단 협의회에서 75%의 동의를 얻은 감자안은 차등감자(소액주주 5대1)를 요구하는 소액주주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으나 주식수의 67%를 차지한 채권단측의 강행처리로 결국 통과됐다. 이날 주총에서는 감자안에 반대하는 소액주주 300여명이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욕설과 함께 소지품과 계란 등을 투척하며 회의장에 대기중이던 경호요원 100여명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며 회의장 단상 진출을 시도하는 등 아수라장을 방불케했다. 이 과정에서 회의장 앞줄에 앉아 있던 주주 1명이 소지품에 머리를 맞아 피를 흘려 병원으로 후송됐으며, 방패를 든 경호요원 10여명이 단상에서 우의제 사장 등 회의진행자들을 보호하며 수차례 회의가 중단되는 일대 소란이 벌어졌다. 회의가 파행으로 치달으면서 주총 개시 1시간여가 지난 뒤에야 지난해 대차대조표 등 승인과 정관변경 등 4개의 안건이 통과됐고 회사측은 소액주주들의 실력저지 기도에도 불구하고 회의 개시 1시간 40분여만인 오전 11시50분께 이사보수한도 승인과 자본감소 건을 동시 상정, 기습적으로 처리한 뒤 곧장 폐회를 선언했다. '하이닉스 살리기 국민운동협의회'(회장 오필근) 소속 소액주주들은 이날 주총에서 채권단의 감자방침에 반대하는 내용으로 질문공세를 폈으며 회사측의 발언에 대해서는 욕설과 고성으로 회의진행을 방해했다. 회의중 발언권을 얻은 한 소액주주는 "채권단이 균등감자를 통과시키면 소액주주는 다 죽는다"며 "회사측은 현대건설에 1억달러를 빌려주고 받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우선 해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현대그룹의 대북송금과 관련, 주총장에서 추가서명을 받은 뒤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과 박종섭 하이닉스 전 사장을 이번주내 서울지검에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키로 했다. (서울=연합뉴스) 권혁창 기자 faith@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