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대주주가 24일 신주인수권 전량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고 회사는 이를 전부 소각키로 했다는 소식에 두산 주가는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두산의 이같은 "몸낮추기" 방침은 두산중공업의 장기파업사태 해결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낳으며 두산중공업 등 계열사 주가에도 탄력을 실어줬다. 두산이라는 기업만을 놓고 볼 때 대주주의 신주인수권 포기는 신주인수권 행사가 이뤄질 경우 발행주식이 늘어나면서 기존 주식의 가치가 떨어지는 위험이 사라졌음을 뜻한다. 넓게는 재계가 신정부와의 직접적인 충돌은 피하면서 스스로 기업지배구조 개선문제에 성의를 보였다는 점에서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두산의 고육지책=박정원 사장 등 두산그룹 오너 4세가 보유한 신주인수권을 행사할 경우 두산 지분 34.5%를 추가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체 주식수가 1천1백만주 이상 늘어남으로써 기존 소액 주주들이 가진 주식의 주당가치는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대주주의 경영권 확보 대가가 소액주주의 이익침해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참여연대는 강력히 문제제기를 했던 것이다. 두산 대주주의 신주인수권 포기는 기업 스스로 신정부의 재계 개혁에 동참하는 모양새를 보이면서 검찰 수사만은 피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삼성SDS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과 관련,국세심판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에 대한 과세를 결정한 터라 두산이 법적 정당성만을 고집하기에도 부담이 커졌다. 이날 두산중공업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노동부가 사법처리 방침을 밝히는 등 정부의 전방위적인 압박이 두산으로 하여금 사실상 백기를 들게 했다는 게 재계의 해석이다. ◆재계의 몸낮추기는 증시에 호재=증시 관계자들은 오히려 재계와 시민단체 및 정부의 전선(戰線)확대가 증시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날 참여연대가 삼성SDS의 신주인수권을 헐값에 인수한 것과 관련,삼성전자 이재용 상무에 대한 검찰수사를 촉구하고 한화 LG 동부그룹 등에 대해서도 분식회계,대주주 부당차익,금융계열사 편법동원 등을 이유로 정부차원의 다각적인 대응을 촉구하고 나섰기 때문. 전문가들은 시민단체의 문제제기가 편법증여나 부당시세차익 등 대주주 개인 차원의 부당관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기업활동 위축과 펀더멘털 약화를 우려할 만한 단계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굿모닝신한증권 이근모 부사장은 "한국기업들이 펀더멘털 가치에 비해 시장에서 디스카운트 되는 것은 기업지배구조와 기업의 배당의지에 관한 의구심 때문"이라며 "신정부 출범과 함께 대주주의 전횡이 불가능해지고 주주 몫이 정당하게 분배될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된다면 저평가 요인이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