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대주주 일가가 보유중인 BW(신주인수권부사채) 159만주를 전량 무상 소각키로 결정한 것은 새 정부 출범에 앞서 자신들에게 쏠려온 세간의 의혹을 미리 털어버리자는 의도로 해석된다. 물론 직접적인 목적은 국내 5대 대기업집단 중 하나인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을 전격 구속한 검찰 수사의 예봉을 피하자는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회장에 대해 예상치 못한 `배임' 혐의를 적용해 전격 구속한 검찰의 '서슬'을 볼 때 상당한 논란을 일으켰던 두산 대주주 일가에도 검찰 수사의 칼이 다가올 것으로 우려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두산은 지난 99년 7월15일 신주인수권 237만주에 해당하는 1억달러 어치의 미화표시 BW를 동양종금을 통해 발행하고 나흘 뒤인 7월 19일 박용곤 명예회장 등 3세 8명(41.2%, 97만5천951주)과 박정원 두산주류BG 사장(박 명예회장 장남) 등 4세 24명(27.6%, 65만4천296주)이 모두 68.8%(163만247주)를 인수했다. 같은 해 9월 3일 박 명예회장 등 3세들은 신수인수권 84만9천387주를 정원씨 등 4세 26명(며느리 등 친족 포함)에게 양도, 이들 4세가 보유한 신주인수권은 모두 159만5천56주로 늘어났다. 이 당시 박 명예회장 등 3세들은 장외 거래를 통해 4세들에게 신주인수권을 매각했으며, 매입자금도 증여세 납부 등 합법적인 절차를 거친 것이어서 법적인 문제가 전혀 없다고 두산측은 주장해왔다. 그럼에도 발행과 대주주간의 매매 과정을 볼 때 경영권 확보를 노린 편법 증여의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의 주장이었으며, 두산측이 검찰수사를 걱정한 것도 바로 이 대목일 것으로 짐작된다. 사실 두산이 BW 발행과 대주주간 매매와 관련해 금융 당국의 제재를 받은 것은 지난 2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유가증권 신고서 미제출로 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사실이 전부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몇가지 대목에서 심각한 도덕적 흠결과 함께 실정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고 문제 제기를 해왔다. 먼저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 이른바 `리픽싱'(주가에 연동해 BW 행사가격을 조정하는 조건) 옵션을 일반 투자자들에게 숨겼다는 의혹이다. 4세 26명이 보유하고 있는 신주인수권을 현재 주가(지난 21일 종가 7천390원)로 리픽싱하면 이 회사 전체주식발행수(2천111만주)의 51.6%인 1천90만주에 달한다. 두산은 이 리핑싱 옵션의 존재 사실을 금감원에 제출한 BW 발행 계약서에만 기재하고 별도 공시를 하지 않았고, 금융당국도 현행법에 저촉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두산 대주주 일가는 주식 투자자 입장에서 치명적 악재가 분명한 '리픽싱' 옵션은 숨기고, 대신 `해외 BW 발행'이라는 호재만 앞세움으로써, 경영권 확보와 함께 자본이익을 챙기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다는 의심을 받을만 하다는 지적이 있다. 참여연대는 그 증거로 BW 발행 사흘 전인 97년 7월12일 두산이 자사주 90만9천630주를 주당 5만1천457원에서 5만4천321원 사이의 가격으로 장내 매각했다는 점을들고 있다. 당시 BW 발행이 단순한 호재라면 두산이 이처럼 BW 발행 직전에 자사주를 대량매각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참여연대의 논리다. 또 문제가 되는 부분은 BW의 발행 조건이다. 두산이 발행한 BW는 표면금리 0%에 10년 만기 채권으로, 발행 1년 후 액면가의 104.7%로 발행자와 인수자가 팔거나 되사는 옵션을 행사하는 조건이었다. 따라서 당시 국제 금융시장 금리(유로시장 연 5.2%)와 한국기업에 적용될 국가신인도 하락에 따른 가산금리 등을 감안할 때 그같은 조건으로는 BW 발행 자체가 아려웠으며,이면계약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한기천기자 che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