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침체에도 불구하고 석유화학 철강 조선등 이른바 "구(舊)경제"를 상징하는 "굴뚝주"는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중 유화주가 단연 돋보인다. 13일 호남석유화학은 장중 한때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는 기록을 만들었다. 포스코(철강) 대우조선해양(조선)주가 등도 지난해 10월초 저점에서 25%가량 올랐다. 전문가들은 제품가격 상승과 그에 따른 실적개선 기대감이 주가상승으로 연결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외국인들이 호남석유화학 SK 포스코 등을 연일 매집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받아들일수 있다. ◆굴뚝주 상승배경 세계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나날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화 철강 등 기초소재 가격의 상승세는 다소 이례적이다. 유화 철강은 대표적인 경기관련 산업이기 때문이다. 김석규 B&F투자자문 대표는 "최근 제품 가격 상승세는 수요보다는 공급쪽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구경제 기업들이 과거 수년간 인수합병 등의 구조조정을 통해 공급과잉을 해소했고 이런 상태에서 약간의 수요가 발생하자 가격이 오름세로 돌아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IT(정보기술)산업의 과잉공급은 여전히 경기발목을 잡고 있지만 구경제쪽의 과잉공급 해소는 세계경기 회복에 대한 시그널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외국인의 유화주 매집 유화주는 '나홀로 대세상승'을 달리고 있다. 작년 10월 이후 전체 시장은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호남석유화학 주가는 97%,LG화학은 53%,LG석유화학은 62%나 수직상승했다. 최근 주력 제품인 EG(에틸렌글리콜) 가격 급등으로 실적호전이 기대되는 호남석유는 이틀 연속 8% 오르면서 3만2천원에 마감돼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유화주의 매수주체는 단연 외국인이다. 호남석유엔 이틀째 20만주 가량의 외국인 순매수가 들어왔다. 미국의 다우케미컬이 EG의 3월 공급가격을 전월보다 18% 인상했다는 소식이 호재였다. PP 등 각종 유화제품을 생산하는 SK에도 열흘째 외국인 '사자'가 유입되면서 작년말 30%였던 외국인 지분율은 35%로 높아졌다. ◆향후 전망 모건스탠리증권은 이달 10일 '세계 유화경기의 대호황 전망'이란 보고서에서 "현재 유화경기는 앞으로 3∼5년간 지속되는 대호황의 초기 국면"이라고 밝혔다. 또 장기간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유화경기는 2004∼2006년께 대호황을 맞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건스탠리의 레슬레이 라비츠 애널리스트는 "향후 몇년간 유화산업의 수익성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이 시기할 정도로 호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증권 박영훈 연구위원도 "공급과잉 해소로 인해 유화경기는 장기간 호황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시아지역 회사들의 대규모 정기보수가 마무리되는 4월 이후 유화제품 가격이 일시 조정을 보일 수 있어 적극적인 비중확대 보다는 조정시 저가매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현대증권 박대용 연구위원은 "유화업체의 이익모멘텀이 가시화되고 있는데다 제품가격의 조정 기간과 폭이 짧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유화업종의 비중확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