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한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두단계 내린 그 다음날인 12일 외국인들은 국내증시에 주식을 샀다. 많은 물량은 아니지만 의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신용등급 전망이 떨어진데 따른 후폭풍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우려는 일단 기우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무디스의 조치는 "악재를 확인한 것"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분석한다. 삼성증권 투자정보팀 오현석 과장은 "신용평가기관의 투자등급 조정은 후행적 조치성격을 띤다"며 "북핵문제를 반영해 주가가 하락한 것에 따른 일종의 확인"이라고 말했다. 무디스의 조치가 새로운 매도물량을 양산하지는 않을 것으로 그는 전망했다. 외국인은 이날 삼성전자 등 대형주를 사들였다. 미국 최대의 연기금인 캘퍼스(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가 한국에 대한 투자를 유지할 것이란 소식도 나왔다. 골드만삭스는 북핵문제는 이미 한국시장에 반영됐으며 오히려 유가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언급했다. ◆외국인 매수의 배경 외국인은 무디스 조치를 전후로 정반대의 매매패턴을 보였다. 지난달 20일부터 무디스의 신용등급전망 하향조치가 나오기 직전인 이달 11일 오전까지 외국인은 줄곧 주식을 팔았다. 그러나 발표가 나온 직후부터 태도를 1백80도 바꿔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12일에도 순매수 기조를 이어갔다. 이에 대해 사전 인지설이 강하게 나돌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전 인지 여부에 상관없이 무디스 조치는 그동안 시장을 짓눌렀던 악재를 확인한 것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증권 뉴욕법인 김남태 과장은 "무디스의 전망조정은 그동안 하락에 대한 사후적 설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은 팔기만 했나 최근 외국인의 매매동향은 수치상으로는 매도우위다. 그러나 내용을 뜯어보면 반드시 그렇다고 할 수 없다. 삼성전자 SK텔레콤을 대량으로 팔았을 뿐이다. 외국인들은 그동안 석유화학 철강관련주들을 계속 사들였다. 미래에셋 이종우 운용전략실장은 "IT경기의 불투명성으로 외국인들은 성장주펀드쪽에서 주식을 매도한 것으로 보인다"며 "대신 기초소재업종을 사들이고 있어 한국 주식을 팔기만 했다고는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향후 전망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그러나 무디스 조치는 악재로서의 영향력을 더이상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캘퍼스가 이머징마켓중 한국의 투자비중을 유지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골드만삭스도 북핵문제는 통제불능의 상태로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무디스의 신용등급전망 하향이 투자판단에 당장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뜻이다. 물론 악재가 산재해 있는 상황이어서 외국인이 주식을 적극적으로 사들이기를 기대하긴 어렵다. 삼성증권 오 과장은 "무디스 파문은 일단락되고 있지만 경기 불확실성 및 고유가 등의 악재가 널려있어 외국인의 매매동향을 예상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