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국인투자자의 매매패턴에 대한 증권가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달 20일부터 외국인은 1천8백9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지난4일 하루를 제외하고는 매일 주식을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찬찬히 뜯어보면 외국인의 실제 매매내용은 이같은 통계치와 크게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기간중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식만 2천7백9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다시말해 삼성전자를 제외한 다른 종목에 대해선 외국인이 적극 사들였다는 얘기다. 통계상으로는 순매도지만 삼성전자를 빼고 나면 순매수 기조를 유지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그러나 북핵문제와 이라크전쟁 우려감 등의 불확실성이 높아 지금과 같은 매매패턴이 유지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삼성전자를 왜 파나 크게 세가지 이유다. 첫째는 두달 사이에 반토막난 반도체값이 문제다. 삼성전자의 주력제품인 DDR값은 작년 11월 개당 8달러에서 최근 개당 4달러선을 위협할 정도로 추락했다. 최근 SD램 수요가 증가하면서 DDR의 하락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 두번째 이유는 핸드셋부문의 매출감소에 대한 우려다. 삼성전자는 작년 11월 4백만개를 팔았으나 12월에는 2백60만개 밖에 못팔았다. 급격한 매출감소에 대한 우려가 주가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세번째 이유는 최근 전환된 CB물량이 매물로 나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30만원 밑에서 팔면 이익이 거의 없지만 앞으로 장세를 불안하게 보고 매물이 흘러나오고 있다는 추정이다. ◆투자매력은 여전하다 반도체값은 1분기에 바닥을 찍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최근의 가격하락은 SD램의 수요확대와 무관하지 않다. 작년에 DDR가 시장을 장악하면서 위축됐던 SD램 수요가 최근 살아나고 있는 것. 그러나 인텔이 오는 4월 DDR를 사용한 새로운 칩셋을 내놓을 예정이다. DDR 자체도 고기능 제품으로 세대교체된다. 따라서 1분기를 지나면 DDR값은 자연스럽게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핸드셋의 경우 삼성전자가 올해 1천3백만개를 팔겠다고 공표했다. 삼성전자가 판매목표를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뜻"(대우증권 리서치센터 정창원 팀장)으로 해석된다. 정 팀장은 "1월 판매동향을 봤을 때 러시아 인도 등 새시장의 판매가 늘어나고 있어 목표치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팀장은 현재 불확실한 시장과 D램 가격동향을 봤을 때 2분기부터는 주가가 상승탄력을 받기 시작할 것으로 내다봤다. ◆사는 종목은 LG화학 포스코 호남석유화학 국민은행 등이다. IT를 제외한 업종의 우량주를 사고 있다는 뜻이다. 대부분 실적이 호전됐거나 아니면 낙폭이 큰 종목들이다. 미래에셋 이종우 운용전략실장은 "실적에 비해 주가가 싼 종목은 사실 많지만 증시를 둘러싼 환경이 문제"라며 "외국인이 소극적이나마 우량주를 사들이는 것은 반등쪽에 무게를 두고 시장을 관찰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