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5930]가 예상대로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다. 삼성전자는 작년 4.4분기 실적만으로는 영업이익이 3.4분기에 못미치는 등 다소실망스런 성적표를 냈지만 한해 전체를 보면 매출과 순이익에서 모두 최고치를 달성했으며 4대 사업무문에서 모두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특히 올해 휴대폰 사업에서 비약적으로 성장, 세계 3대 휴대폰 메이커로 도약했으며 반도체 부문에서도 전세계 IT업체가 적자에 시달리는 극심한 불황속에서 경이적인 성장세를 이어갔다는 분석이다. ◆사상최대 순익 달성 = 삼성전자는 지난 한해 계속된 IT업계 불황속에서도 매출 40조5천115억원, 순이익 7조518억원을 달성해 세계 전자업계에서 한발짝 앞선 경쟁력을 재확인했다. 이는 지난 2001년 매출 32조3천804억원, 영업이익 2조2천953억원에 비해 매출은25%, 영업이익은 무려 216%나 늘어난 것으로 경쟁사들과 차별되는 독보적인 성장세를 유지했다. 특히 올해 D램과 LCD가격 급락의 여파로 D램 최대 경쟁업체인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8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세계 최대 반도체업체인 인텔도 실적 부진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것과 분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4.4분기만 따로 놓고 보면 영업이익(1조5천억원)이 3.4분기(1조7천700억원)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는 작년 12월 특별상여금(3천억원)을 지급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의 이같은 지속적인 성장은 반도체와 통신, 디지털미디어.가전이 각각3:3:3의 '황금분할' 비율을 갖추며 어느 한쪽의 불황을 다른 부문이 상쇄하는 이상적인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양대 '캐시카우' 굳힌 D램과 휴대폰 = 사업 부문별 매출을 보면 반도체 12조8천53억원, 정보통신 12조3천906억원, 디지털 미디어 9조9천459억원이며, 생활가전은 3조7천63억원으로 반도체와 정보통신이 양대축을 이뤘다. 또 영업이익은 반도체 3조8천174억원, 정보통신 2조9천823억원, 디지털미디어 3천852억원, 생활가전 1천286억원을 기록, 4개 전 부문에서 흑자기조를 유지했다. 특히 휴대폰은 전년대비 37%의 매출성장률과 117%의 영업이익 성장률을 기록했는데 올해 처음으로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5%로 30%대를 넘어서며 확실한 '캐시카우'로 자리매김 됐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D램 부문에서도 고가 제품 비중 확대와 플래시 메모리 시장의 성장등에 힘입어 고공 성장을 이어갔는데, 영업이익면에서 2001년 7천억원에서 3조8천억원으로 무려 443%나 늘어나면서 일약 세계 2위의 종합 반도체 회사로 도약했다. 그러나 디지털미디어는 4.4분기에 처음으로 300억원의 적자를 냈고, 디지털어플라이언스에서도 3분기에 이어 4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하우젠' 출시에 따른 마케팅 비용 증가와 내수판매 부진, 환율 하락 등이 요인으로 분석된다. ◆올해도 성장 이어갈까 = 문제는 올해 상반기라는 지적이 많다. IT경기 회복시기가 올 2.4분기말이나 3.4분기쯤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한데다 환율하락, 이라트전쟁 등 대내외적 여건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주력품목인 D램과 TFT-LCD의 가격이 좀처럼 상승세로 반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고 대만과 중국 후발업체들의 시장 잠식도 거세지고 있다. 삼성전자로선 IT경기 전반의 침체를 견뎌내며 중국과 대만의 추격을 떨처내는 '체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D램도 삼성전자의 `독주'가 계속되리라 장담할수 없는 게 현실이다. 마이크론등 경쟁업체들이 지속적으로 DDR 공급물량을 늘림에 따라 가격하락이 계속되면 올해와 같은 'DDR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만만치않다. 올해 미국 특허 순위에서 삼성전자가 10위권 밖으로 밀린 것도 확실한 원천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불안감으로 다가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 상반기까지 IT업계의 불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후에는 삼성전자에 유리한 대내외적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본다"며 "무엇보다 4-5년 앞으로 내다보는 연구개발 투자를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권혁창기자 fai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