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은행들의 경영전략에서 발견되는 하나의 공통분모는 '수익증권 판매확대'다. 대부분의 은행은 올해 수익증권 판매목표를 작년의 두배 이상으로 늘려 잡았다. 리딩뱅크인 국민은행은 수익증권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삼성증권에 이어 2위로 올려 놓겠다는 목표를 공언하기도 했다. 은행들이 증권사들의 주수익원인 수익증권 판매시장을 본격 공략하겠다는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이같은 '도발'은 살아남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게 은행측 설명이다. 전통적인 수익 창출원이었던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간 차이에서 발생하는 수익)이 대형은행간 덩치싸움으로 급속히 줄어들고 있고 그나마도 경기둔화로 대출시장 규모 자체가 쪼그라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생존을 위한 선택=은행권은 외환위기 이후 두번째 빅뱅이 진행 중이다. 하나은행이 서울은행과 합병,자산규모 1백조원선을 눈앞에 뒀고 신한은행은 조흥은행 인수를 통해 1백30조원대로의 도약을 추진 중이다. 올해 은행권은 이렇게 덩치를 키운 국민,우리,하나,신한은행이 치열한 적자생존 게임을 벌이는 해가 될 것이라고 금융계는 보고 있다. 상황은 급박하건만 영업환경은 최악이다. 경기둔화로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급감할 것으로 예상돼 기업대출 시장은 전반적으로 위축될 전망이다. 가계대출 시장도 경기 둔화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정부의 가계대출 억제책 등으로 수요감소가 예상된다. 설상가상으로 가계대출 연체율도 급격히 높아지고 있어 대출확대 정책을 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예대마진율은 점점 박해지는 추세다. 지난해 9월말 현재 은행권 전체의 예대마진율은 2.66%로 전년말 2.83%에 비해 0.17%포인트 낮아졌다. 올해엔 경쟁격화로 이같은 하락세가 심화될 것으로 은행권은 보고 있다. 은행들이 찾아낸 비상구는 두 가지뿐이다. 소규모자영업자(SOHO) 등 새로운 대출시장을 개발하는 것과 수수료 수익 등 비이자수익의 비중을 늘리는 것.그러나 SOHO대출은 대출리스크가 높은데도 정교한 여신심사기준을 만들지 못하고 있어 공격적인 시장창출이 어려운 실정이다. 결국 수수료 수익 확대가 가장 믿을만한 해결책이다. ◆결론은 수수료 수익시장= 은행들이 올해 수익증권 판매목표와 수수료 이익규모를 작년의 두배 이상으로 잡은 것은 이같은 사정을 반영한 것이다. 국민은행은 올해 10조원 이상을 팔아 판매 잔액을 작년말 9조3천억원에서 20조원 수준으로 높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근 행원 3천명을 대상으로 수익증권 판매교육에 돌입했다. 우리은행도 지난해말 1조6백66억원이었던 판매잔액을 올해말 3조원으로 늘릴 계획이고 신한(2조7백25억원→3조원),조흥(2조3천억원→3조5천억원),외환(9천2백32억원→3조원),하나은행(1조3천억원→2조원) 등도 1조원 이상씩 판매액을 확대할 방침이다. 은행들은 또 '주가지수 연동형' 예금상품을 개발하는 등 증권업계의 잠재고객을 잡는데도 한창이다. 이 상품은 원금을 보장하면서 주가지수가 오르는 만큼 예금금리를 높여주는 복합금융상품의 일종이다. 올 들어서만 국민은행과 한미은행이 상품을 출시, 각각 2천억원과 5백억원의 한도를 마감일 전에 채워버리는 등 인기몰이에 나섰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