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내수소비 둔화를 수출로 메워야 올해 5%대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데 연초부터 수출기업의 채산성과 경상수지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원화환율은 9일 달러당 1천1백78원선까지 밀려 약 6개월만에 최저수준으로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 평균 환율(1천2백52원)보다 5.8% 가량 낮은 것이다. 한달 전에 비해선 30원이상 하락한 것이다. 외환전문가들은 올 하반기 미국경제의 회복세가 뚜렷해지기 전까진 원.달러 환율이 저공비행을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 왜 떨어지나 원화환율 하락(달러가치 약세)의 가장 큰 요인은 미국경제의 불안감이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는데 있다. 미국-이라크 전쟁, 북 핵문제가 장기화할 경우 미국의 쌍둥이 적자(무역적자와 재정적자)가 더욱 악화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엔, 유로 등 주요국 통화가 일제히 달러화에 대해 강세여서 원화환율의 하락 압력이 커지고 있다. 조용수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쟁 위험이 커질수록 달러 수요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지만 지금은 오히려 미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이를 압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한 달러' 정책을 지지해온 폴 오닐 미국 재무장관이 지난해말 사임한 것과 8일 발표된 미국의 경기부양책(감세)도 달러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 올 경상흑자 낙관 못해 무역협회는 원화가치가 10% 절상되면 3∼5년에 걸쳐 무역수지가 1백2억달러 정도 악화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수출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수출이 줄어드는 반면 수입단가 하락으로 수입물량은 늘어나기 때문이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전망이 30억달러에 불과한 만큼 환율하락은 세계경기 회복 못지않게 수출에 영향이 클 전망이다. 환율하락은 기업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환율이 1백원 가량 내리면 국내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7조∼8조원가량 줄어들게 된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재정경제부는 이날 구두개입에 나서 "과도한 환율하락 심리를 크게 우려한다"며 "정부의 외환정책에는 변함이 없으며 필요시 시장안정을 위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 추가 하락 대비해야 올 하반기께 미국 경제의 회복세가 가시화되기 전까진 이같은 '달러 약세, 여타 통화 강세' 현상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상반기중에 원화환율이 1천1백50원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며 "하반기에는 이보다 소폭 올라 연간 평균 환율은 1천1백50원선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승 한은 총재는 "환율을 결정하는 요인들이 대단히 불확실해 예단하기 어렵다"며 "아직은 환율이 크게 나쁜 수준이 아니지만 적정수준이 유지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