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을 끌어온 코오롱의 고합 당진 공장 인수 문제가 미가동 1개 라인은 코오롱이 인수하고 가동중인 1개 라인은 효성이 인수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2일 코오롱의 고합 당진공장(나일론필름 생산) 인수를 승인하되 생산라인 2개 중 현재 가동중인 생산라인 1개는 2개월 안에 제3자(효성)에 매각하라는 결합 시정조치를 내렸다. 공정위는 코오롱과 효성이 이같은 결정에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효성의 나일론필름 시장점유율은 현재 29.1%에서 42.2%로 올라가는 반면 코오롱은 당분간 45.9%를 유지해 두 회사간 과점체제가 형성되게 됐다. 주순식 공정위 독점국장은 "코오롱이 고합을 인수했을 땐 시장점유율이 59.0%까지 높아져 공정거래법상 경쟁제한성 추정요건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같은 시정조치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기업 결합으로 1위의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이면서 2위와의 차이가 1위 점유율의 25%를 넘으면 경쟁제한성이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공정위는 또 코오롱이 생산라인 매각 전에 △생산설비를 증축하거나 △생산주문을 과다하게 받아 매각가격을 높이는 등 매각 방해행위를 할 수 없도록 조건을 붙였다. 이로써 지난 8월 코오롱이 고합 당진공장 우선 인수협상자로 선정되면서 시작된 코오롱과 효성간 '독과점 법리논쟁'은 일단락되게 됐다. 그러나 채권단 관계자들은 "공정위가 결합승인 여부를 4개월이나 끄는 바람에 관련업체들이 혼선을 빚고 정부의 공적자금 회수도 늦어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또 채권단으로부터 공장 부지까지 일괄 인수했던 코오롱이 가동설비 등을 효성에 넘기는 과정에서 가격 등을 놓고 재차 논란을 벌일 가능성이 높아 후유증도 만만찮을 전망이다. ◆공정위의 중재=공정위는 코오롱이 고합 당진공장을 인수할 경우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어 경쟁을 제한한다고 판단했다. 마찬가지로 효성이 인수하더라도 시장점유율에서 42.2%,미가동 설비를 포함한 생산능력 기준으로는 58.3%에 달해 역시 문제가 있다고 보고 양측이 45% 대 42%의 시장점유율로 경쟁토록 했다. 이 과정에서 공정위는 코오롱이 1개 미가동설비를 뜯어다 재구축하고 현재 가동중인 나머지 1개 설비와 공장부지 등은 효성에 매각토록 조치했다. 사실상 일방적으로 효성의 손을 들어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구조조정 등이 필요하더라도 시장경쟁에 대한 제한 여부를 기업결합 심사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평가했다"고 말했다. 이는 앞으로도 구조조정을 전제로 한 기업결합은 '무조건 통과'시키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구조조정 진전=코오롱과 효성은 일단 "공정위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화섬업계 구조조정은 한단계 진전되게 됐다. 코오롱은 미가동 라인(연산 3천5백t)을 인수해 정상화시키면 생산능력이 연산 1만4천3백t에 달해 이탈리아 카파로(1만3천t)를 제치고 세계 2위로 올라선다. 효성(2천8백t)도 고합 가동라인 인수로 6천3백t에 달해 12위에서 8위로 올라서는 등 두 업체 모두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코오롱이 일괄 인수한 공장을 효성에 재차 매각하는 과정에서 가격과 미가동라인 이전 및 정비비용 등의 문제로 논란을 거듭할 가능성이 높다. 또 매각 입찰에 참여했던 하니웰이 이날 "공정위 시정조치대로라면 입찰 당시와는 조건이 달라졌다"고 주장하고 나서는 등 외국계 업체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설비 이전 등 매각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상당한 잡음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정태웅·박수진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