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퇴출기준이 강화됨에 따라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부실기업은 주식시장에 발붙이기 힘들어지게 됐다. 당국의 퇴출기준 강화는 증시에서 옥석(玉石)을 가려내 시장의 신뢰를 높이고 투자자의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는 일단 긍정적이다. 코스닥시장의 고질적인 병폐인 수급불균형 해소에도 어느정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당초 기대보다는 구체적인 기준이 완화된데다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은 채 획일적인 잣대를 설정한 것은 보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 거래소 기준 더 강화 올 11월말 현재 이번 퇴출 대상이 되는 기업은 총 41개사에 달한다. 62개사는 관리종목에 편입된다. 전체적으로 1백여개 상장.등록기업이 관리종목이나 퇴출예정기업에 포함되는 셈이다. 퇴출대상 기업은 거래소가 34개, 코스닥이 7개로 상장기업이 더 많다. 강화된 자본잠식 요건에 걸리는 상장기업은 20개사인 반면 등록기업은 1개사도 없다. 코스닥기업의 상당수가 공모가 거품으로 조성한 자금을 사내에 쌓아두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강화된 퇴출기준의 실효성에 문제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 느슨해진 퇴출기준 최저시가총액 요건에 걸려 퇴출대상이 되는 기업은 두 시장을 통틀어 코스닥기업 1개사 뿐이다. 최저주가 요건에 걸리는 기업은 거래소 13개사, 코스닥 3개사다. 이는 새로 도입되는 최저주가와 시가총액 요건이 느슨하게 설정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내년 증시가 상승세로 접어들 경우 주가 및 시가총액요건이 적용되는 내년 7월에는 실제 퇴출기업이 많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시장충격을 최소화하는데 초점을 맞추는 바람에 퇴출기준이 강화됐다고 말하기 힘든 대목이 있다"면서 "내년중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가나 시가총액 요건의 경우 시장상황이 급격히 악화될 경우에는 예외를 인정키로 한 대목도 논란의 가능성이 있다. 특히 최저주가 퇴출기준에 시가총액 5천억원 이상 기업을 대상에서 제외한 점은 하이닉스반도체를 살리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