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주의 상승세가 한풀 꺾인 것인가. 외국인투자자는 삼성전자 주식을 3일째 팔고 있다. 반도체값이 떨어지는게 주 이유다. 때마침 인텔이 내놓은 올 4분기 예상실적도 시장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 휴대폰 시장에 대한 내년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IT주가 시장 선도주로서의 위상을 잃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일단 IT주의 상승행진에 브레이크가 걸렸다고 진단한다. 과속에 따른 속도조절이 필요한 때라는 설명이다. 대우증권 전병서 리서치본부장은 "IT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재료 한가지로 최근 주가가 급등세를 보였지만 과열된 감이 있다"며 "세계 1위기업들의 실적이 호전된 것과 IT산업 전체의 경기가 아직 회복되지 못했다는 점을 시장이 구분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 인텔의 실적과 반도체 값 =실망스럽다는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인텔은 4분기 매출이 당초 예상보다 늘어날 것이라고 발표했다. 전분기 대비 6% 정도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4분기 매출증가율은 평균 10% 이상이었다. 시장이 덤덤한 반응을 보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반도체가격의 하락세도 IT주를 움츠러들게 만들고 있다. 반도체 가격은 지난달 개당 8달러를 웃돌다 최근 6달러선까지 추락했다. 현대증권 우동제 선임연구원은 "반도체가격의 하락속도가 예상보다 빨라 이달 중순 이후 고정거래 가격의 인하가 예상된다"며 "연초에 수요가 줄어드는 계절적 요인을 감안하면 당분간 힘든 시기가 지속될 것 같다"고 밝혔다. ◆ 환율도 관심 =수출선행지수로 보면 11월과 12월에도 20% 이상의 높은 수출증가율이 예상된다. 그러나 최근 수출시장에서 IT관련주의 수출증가 속도가 떨어지는 반면 화학 자동차 등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IT주와 비IT주간의 주가 괴리율이 점차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엔화가 미 달러화에 비해 약세를 보이면서 원화 약세의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환차손을 피하기 위한 매도 압력이 강해진다는 뜻이다. 동원증권 김세중 선임연구원은 "기술주를 집중편입시킨 외국인들이 편입비율을 조절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원화 약세가 수출주에는 부정적이지 않지만 외국인 지분이 높은 기술주에는 단기적으로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것이다. ◆ 차익 실현후 재매수 =주가가 단기에 많이 올랐다는 점에서 일단 차익을 실현한 뒤 저가에 재매수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미래에셋 이종우 전략운용실장은 "IT주가 단기조정을 받을 가능성은 있지만 상승기조는 유지될 것"이라며 현재 주식을 보유 중인 투자자는 차익을 실현한 뒤 매수 타이밍을 다시 노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