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가 한국증시에서 주식을 사들이는 모습이 흡사 '독일 병정'같다. 흔들림이 없다는 얘기다. 주춤주춤하는 기관이나 개인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전세계적으로 한국증시의 상승률이 가장 높은 것도 외국인의 일관된 매수세 덕분이다. 외국인은 3일에도 1천8백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지난달에는 무려 1조8천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지난 10월 8개월 연속되던 순매도를 종결하고 4천7백억원어치를 순매수한 뒤 지속적으로 주식을 사고 있다. 외국인이 주식을 사는 이유는 분명치 않다. 그러나 추가 매수여력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외국인의 투자나침반이 되는 MSCI지수를 보면 알 수 있다. 한국의 MSCI이머징마켓펀드내 투자 권고비중은 23.6%.하지만 현재 보유비중은 22.4%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지난 10월초의 21.3%보다는 1.1%포인트 올랐다. 그러나 아직도 권고비중에 못미쳐 추가로 자금이 들어올 공간은 충분하다. 삼성증권 투자정보팀 오현석 과장은 "최근 국내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은 헤지펀드와 연기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며 "포트폴리오 구성을 중요시하는 미국 뮤추얼펀드가 매수에 나설 경우 MSCI이머징마켓펀드의 권고비중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돼 당분간 외국인 매수세는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외국인의 매매가 MSCI의 권고비중을 절대적으로 추종하는 것은 아니다. 이머징마켓에 대한 투자금액중 한국 비중이 가장 높아 추가매수가 부담스러운 점도 있다. 그러나 "일단 방향을 세우면 그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밀고나가는 외국인의 매매패턴으로 볼때 매도세로 돌변할 가능성은 작다"(미래에셋 이종우 전략운용실장)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대우증권 국제조사팀 전종화 부장은 "미국의 기관투자가들은 대형기술주에 대해 여전히 높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며 "포항제철 한국전력 SKT KT 등 시가총액 상위종목과 대형 IT주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시가총액 상위종목은 주가의 하방경직성이 높고 대형 IT주는 실적개선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는 것.외국인이 대형주를 중심으로 매수한다고 가정할 경우 지수 역시 하방경직성을 보일 것으로 분석된다. 전 부장은 "펀드의 결산기가 가까워오면서 실적을 고정시키기 위해 대형주 중심으로 매수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장세에 대해선 단기상승 후 조정과 내년 1,2월 후에도 완만한 상승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고 말했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