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정보를 기관과 개인 투자자에게 동시에 알린다는 취지로 11월 도입된 공정공시제도가 시행 한달을 맞았다.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증권시장은 공정공시를 통해 증시에 허위 루머가 격감하고 실적 공시의 경우 공개 시점이 앞당겨졌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반면 기업의 IR 담당자들과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공시대상 범위가 광범위해 홍보성 공시 등 불필요한 정보가 남발되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금융감독원과 거래소측은 향후 1~2개월간 추이를 지켜본 뒤 공시대상 범위를 보다 구체화하는 등 개선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 증시 루머가 줄었다 =공시건수 등 외형상으로만 볼때는 일단 '합격점'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달들어 거래소 상장기업의 하루 평균 공시건수는 64건으로 공정공시가 시행되지 않았던 지난 10월의 46건에 비해 39.1% 늘어났다.


이달들어 지난 28일까지 거래소의 총 공시건수 1천5백28건중 공정공시는 4백3건으로 전체의 26.4%를 차지했다.


유형별로 보면 월별.분기별 실적 잠정치가 전체의 39.5%로 가장 많았다.


이어 장래 경영계획이 34.5%, 매출.손익 전망치가 12.7%를 점한 것으로 분석됐다.


증권거래소 공정공시센터 이대규 과장은 "공정공시 시행 이후 임원들이 공시를 직접 챙기게 되고 월별 및 분기별 실적발표 시점이 잠정치 형식이지만 과거보다 크게 앞당겨진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특히 장래 경영계획까지 공시하게 됨으로써 증시에 허위루머가 크게 줄어든 것도 긍정적인 효과로 꼽혔다.


코스닥증권시장에 따르면 풍문에 따른 조회공시 건수는 이달들어 9건으로 지난 4∼10월의 월평균 24.3건에 비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 문제점은 여전 ='회사 전체의 영업활동 및 기업실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으로 규정된 공정공시 대상정보의 기준이 너무 광범위하고 모호하다는데 가장 큰 불만으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 한국경제신문이 한경블루칩 회원사인 1백6개 상장.등록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70.2%가 이를 문제점으로 꼽았다.


거래소 상장기업인 L사의 K과장은 "기준이 모호하다보니 보험사나 은행의 일상적인 신상품, 카드사의 제휴카드, 인터넷 쇼핑몰의 이벤트 등이 '공정공시'의 이름을 달고 공시되고 있다"며 "공시가 '기업홍보의 장'으로 악용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는 일부 기업들이 공정공시를 핑계삼아 회사에 불이익을 주는 정보에 대해 일절 함구함에 따라 증시문화가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G증권 P연구원은 "한 중소업체 IR담당자의 '우리회사 내부 사정을 전국민에게 알리고 싶지 않다'며 양해를 구하는 모습을 보면서 뭔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공정공시의 취지가 살아날 수 있도록 적절한 보완책이 나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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