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가 생존의 발판을 마련했다. 과도한 부채와 전세계적인 정보기술(IT)산업의 불황속에 수조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기업의 가치를 상실했던 하이닉스는 26일 구조조정특별위원회가 경영정상화에초점을 맞춘 구조조정안을 내놓음으로써 사실상 독자생존의 길이 열린 셈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구조조정특위의 이같은 방안이 하이닉스의 생존에 큰 도움이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현실화되기에는 걸림돌이 적지 않고 IT산업의 불황, 하이닉스에 대한 EU와 미국의 제소 등 주변여건이 불투명한 것으로 전망했다. ◆하이닉스의 현실 = 지난 9월 3분기를 기준으로 하이닉스의 부채는 6조820억원에 달한다. 하이닉스는 올 1.4분기에 35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으나 2분기에 적자로 돌아선뒤 3분기까지 누적적자가 1조308억원에 달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2000년 2조4천868억원, 지난해 5조735억9천만원에 이어 3년연속 조단위의 적자가 불가피할전망이다. 이는 하이닉스가 반도체 생산의 70%를 SD램에 치중해 왔는데 전세계적인 IT산업의 침체로 아시아현물시장에서 128메가 기준 SD램가격이 한때 1달러대까지 폭락, 영업원가(3-3.5달러)에도 못미침으로써 생산은 곧 손실로 이어질 수 밖에 없었던 탓이다. 여기에 연간 4천억-5천억원에 달하는 금융비용도 하이닉스의 부실을 부채질한요인이었다. ◆구조조정안 효과= 하이닉스가 올해 상환해야할 원리금과 이자비용은 1조원으로 추산된다. 내년에도 같은 액수를 갚아야 하고 2004년 은행에 내줘야할 돈은 무려3조4천억원에 달한다. 반도체 경기가 호황으로 돌아서더라도 벌어들이는 돈 모두를은행에 갖다줘도 부족하다는 얘기다. 이번 구조조정안이 사실상 하이닉스의 독자생존 방안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구조조정특별위원회는 부담보채권 금액의 50%인 1조9천억원을 보통주로 출자전환하고 출잔전환후 잔여여신 3조원을 2006년까지 만기 연장키로 했다. 이대로라면 하이닉스는 당장 5조원의 부채상환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채권단은 3조원의 잔여여신 금리도 3.5%에서 3.2%로 낮춰 이자비용 부담을경감시켰다. 이번 조치는 하이닉스가 지난 5월부터 추진해온 비메모리 사업부문 매각 등 자구계획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하이닉스는 내년까지 2년에 걸쳐 ▲보유 유가증권 430억원 ▲시설.부동산 680억원 ▲비핵심사업 8천830억원 ▲반도체부문 1천억∼3천600억원 등 1조1천200억∼1조3천800억원의 자산을 매각할 예정이었다. 하이닉스는 금융부담에서 어느정도 벗어나게 된 만큼 그동안 생존의 관건으로지적됐던 투자지연 문제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하이닉스는 당장 내달 들어올 중국에의 하이디스 지분 매각대금 3억8천만달러 등을 연구개발 및 시설투자에 활용하고추후 이익금중 일부도 투자로 전환할 계획이다. ◆어떤 과제 남아있나 = 도이체방크와 채권단은 이같은 구조조정안이 실현되면하이닉스가 2006년 이후에는 부채상환을 통한 독자생존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있다. 대우증권 정창원 애널리스트는 "지금까지 설비투자를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하이닉스가 인피니온이나 마이크론과 비교해 기술수준이 떨어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구조조정안이 실현되면 충분히 생존할 여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넘어야할 산이 아직도 많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선 IT산업이 회생할 가능성이 여전히 미지수고 EU와 미국이 하이닉스에 대한 정부보조금 지금여부를 둘러싸고 소송을 제기한 상태에서 이같은 구조조정안이 원안대로현실화되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도이체방크가 경영정상화와 함께 제시한 매각 계획도 마이크론, 인피니온 등 경쟁업체가 최근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는 당분간 추진하기 힘들다는예상이 흘러나오고 있다. 정 애널리스트는 "구조조정방안이 대선전에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으나나와서 다행이지만 EU와 미국의 상계관세 제소, IT경기의 회복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한 상태"라면서 "매각작업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유경수기자 yks@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