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화 가치가 다시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요즘 달러화 가치가 다시 약세로 돌아선 것은 연초와 마찬가지로 상대국의 요인보다는 미국측에서 제공하는 측면이 강하다. 특히 90년대초에 이어 쌍둥이 적자시대에 접어든 것이 달러화 약세의 원인이다. 부시 행정부가 집권 2기를 맞아 계속해서 강한 달러화 정책을 추진할 의지를 보이고 있으나 시장에서는 쌍둥이 적자여건에서 달러화 약세는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결론부터 말한다면 미 달러화 가치의 약세국면이 아직까지 기조적으로 정착됐다고 말할 수 없는 상태다. 이렇게 보는 데는 미국 이외의 다른 국가도 자국의 통화가치 강세가 될만한 뚜렷한 요인이 없기 때문이다. 일본경제는 경기회복의 관건인 민간소비가 좀처럼 살아나질 않고 있다. 현재 일본 국민들의 소비는 정책당국이 어떤 신호를 보낸다 하더라도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좀비경제(zoombi economy)란 용어까지 생기고 있다. 유럽경제도 우파세력들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어 주목된다. 우파가 회원국들의 정체성을 고민해온 점을 감안하면 유로화 회복에는 저해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달러화에 대한 유로화의 회복세는 내년 이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요인보다는 유로존 확대가 확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영국 스웨덴 덴마크가 가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4년 5월말까지는 동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10개국이 가입할 계획이다. 반면 현재 미국경기는 저점을 통과하고 회복국면에 놓여 있는 것에 대해 이견이 없는 상태다. 실제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가장 신뢰하는 채권시장에서 형성되는 장단기 금리차를 보더라도 회복국면에 접어들고 있음을 시사해 주고 있다. 미국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면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르냐 하는 점이다. 여러 변수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나 기본적으로 성장주도 산업이 있느냐와 직결된다. 집권 2기를 맞아 부시 정부는 수확체증의 법칙이 적용되는 첨단기술 업종과 수확체감의 법칙이 적용되는 전통적인 제조업간의 균형을 강조하는 '융합경제(fusion economy)'를 지향하는 산업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회복속도는 종전에 비해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결국 이런 요인을 감안할 때 미 달러화 약세기조는 정착될 가능성은 낮다고 볼 수 있다. 기관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앞으로 미 달러화 가치는 엔화에 대해서는 강세를,유로화에 대해서는 약세를 보이는 차별화(decoupling)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원화 환율은 어떻게 될 것인가. 요즘 외환당국은 외환보유고가 1천억달러를 넘어섬에 따라 추가적립에 따른 만만치 않은 기회비용 부담을 안고 있다. 특히 시중에 과잉유동성을 조절하기 위해 금리인상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원화 절상을 대체수단으로 고려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외환수급에서 달러공급 과잉상태가 나올 경우 환율로 그대로 밀어낼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외환수급 요인이 내년에도 별로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점이다. 경상거래 측면에서 서비스 수지의 적자폭 확대로 경우에 따라 내년에는 적자로 돌아설 공산이 크다. 외국인들도 추가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좋지 않다. 외국인들이 국내증시에서 어느 정도 목표수익률을 달성한 데다 구조조정이 마무리됨에 따라 선진금융기법을 갖고 있는 외국인들이 누릴 수 있는 과도기 이익도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원·달러 환율은 외환수급 요인에 의해 좌우되는 여건이 형성된다 하더라도 현 수준보다 크게 하락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한상춘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