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60일선을 위로 돌파했다. 프로그램 매수가 주도한 터라 의미 부여엔 인색하다. 수급 한계가 여전하고 추가 상승을 이끌 대내외 모멘텀이나 주도주가 없다는 점이 ‘속빈 강정’식 상승이라는 인식을 낳고 있다. 60일선 위쪽 안착보다는 등락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켠으로는 이동평균선 수렴이후 급속한 발산 과정이 나타날 것이라는 예상이 매매참여를 제한하고 있다. 대체로 새로운 악재가 없고 견조한 시장심리를 감안할 때 급락보다는 하방경직성을 기대하는 경향이 조금 우세한 양상이다. 다만 모멘텀 탐색속에 12월 대선전까지는 시장의 추세 형성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이동평균선 박스권 소멸 = 지수 5일, 20일, 60일선이 10포인트 내외의 거리로 접근했다. 이에 따라 20일선을 저점, 60일선을 고점으로 하는 박스권 설정은 무의미해졌다. 지수가 한달 이상 박스권을 유지해온 데 따른 자연스런 결과. 기술적으로 볼 때 지난주말부터 이동평균선 수렴이후 급격한 발산이 예상되어왔다. 게다가 지난 5월과 9월의 경우 이동평균선 수렴 이후 평균 20%의 하락조정을 받은 사실이 있어 시장의 향후 추세에 촉각이 곤두서 있다. 향후 조정을 대비해 현금비중을 늘릴 것인지, 아니면 주식 비중을 유지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락에 무게를 두는 쪽은 시장의 내부 모멘텀이 없고 지수 고점이 낮아지고 있으며 뉴욕시장도 최근 저항대에서 밀리고 있음을 근거로 들고 있다. 시장에너지가 너무 약해 리스크가 크다는 점에서 확실한 양전환을 확인하기전에는 성급한 접근을 자제하라는 지적이다. 60일선을 대량거래를 수반하며 안착할 경우 위로 방향을 잡을 가능성이 있으나 그렇지 못할 경우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것. LG투자증권 강현철 책임연구원은 “과거 5월과 9월 경험을 볼 때 이동평균선 수렴후 양봉이 나왔고 이때가 고점이 된 뒤 급속히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전날 종합지수가 양봉을 만들며 680선을 회복한 모습이 그때와 비슷하다는 것. 그는 “거래량과 투자심리도를 비교해봐도 최근 하이닉스를 제외할 경우 거래가 줄었고 투자심리도 당시와 비슷하다”며 “작년 10월엔 급상승했으나 그땐 5일선이 강력히 지지하는 초강세장이었다”고 설명했다. 매도와 매수가 위축된 상황에서 프로그램 매물이 나올 경우 이를 받아줄 주체가 없다는 점도 조정 가능성을 높이는 정황으로 꼽히고 있다. 수급 뿐 만 아니라 상승모멘텀으로 주시받아온 IT경기의 바닥확인 기대가 한풀 꺾인 것도 부담이다. 미래에셋 시장분석가 안선영연구원은 “PC수요를 선방영하는 대만 마더보더 업체의 11월중 출하량이 10월대비 감소하는 등 IT의 계절적 수요 모멘텀이 약화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때문에 시장의 관심이 4/4분기 실적으로 쏠리고 있다”며 “최근 경제지표가 다소 부정적이고 주요 기업의 보수적인 전망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 하방경직 기대 = 이와 달리 하락변동성을 두려워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시장이 아래위로 급격히 반응하기 보다는 점차 저점을 높여갈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것. 576선까지 급락했던 상황과 비교할 때 지금은 제반 환경이 그리 부정적이지 않다는 주장이다. 전세계 디플레 우려, 소비위축, 전쟁 변수 등이 지속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이미 노출된 악재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시장의 조정양상도 상승폭에 비해 견조하다는 점에서 오히려 긍정적으로 평가할 여지도 있다는 것. 무엇보다 현 지수대가 역사적으로 급락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인식이 강하다. 600선 초반을 중장기 저점으로 삼을 만 하다는 지적이다. 내리더라도 630부근을 크게 이탈하지 않을 것이며 차차 고점을 높여 700선에 도전할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다만 아직 상승세로의 반전을 기대하기는 힘들고 경기저점 통과 신호를 조용히 기다리는 과정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증권 유욱재 수석연구원은 “추세선을 연결한 터널은 640~690이며 이 박스가 깨져도 강하게 뚫을 가능성은 대선 이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지금 400대로 급락하거나 900선을 넘보는 상황은 아니다”며 “600선 초와 730선 부근까지 박스권이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엿다. 한화증권 조덕현 시황팀장은 “외국인의 공격적 매도가 없고 주변변수가 최악의 상황을 넘겼다는 점에서 630~640부근이 하방경직은 기대할 만 하다”고 말했다. SK증권 현정환 연구원은 “매도주체가 없어 하락보다는 조금씩 다지며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더 강하다”며 “주도업종이 없어 따라붙기는 힘들지만 충분히 조정을 받았고 배당재료와 맞물린 건설 등 업종은 길목지키기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한정진기자 jj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