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소강국면에 빠졌다. 100단위의 레벨 변경여부를 놓고 1,200원 하회를 테스트하던 장세는 일단 단기적인 지지력을 확인했다. 향후 방향에 대한 신중한 고민의 시점에 다다랐다. 시장 재료나 수급상 뚜렷하게 부각되는 요인들이 부족하다. 시장 심리를 흔들기 위한 몇몇 루머들이 시장에 떠돌고 있으나 아직 명징한 징후는 눈에 띄지 않고 있다. 11월 셋째 주(11.18∼11.22) 환율은 전반적으로 1,200원 주변을 지지하는 가운데 제한적인 상승을 꾀할 수 있는 박스권 장세가 예상되고 있다. 1,210원대가 다소 무겁다는 인식을 품고 있는 탓에 1,220원을 단숨에 뚫고 급등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다. 무엇보다 달러화의 움직임이 관건이다. 명확하게 달러 약세 흐름이 중단됐다는 시장의 확신은 없지만 어느정도 단기적인 지지력은 확보했다는 심리가 만연해 있다. 수급상 크게 부각될만한 요인은 없지만 현대상선 관련 물량의 출회여부가 지속적인 관심권내 포진해있다. ◆ 박스권 기간 조정 = 한경닷컴이 외환딜러 18명을 대상으로 환율전망을 조사한 결과, 예상 환율의 저점은 단순평균으로 1,198.89원, 고점은 1,219.89원으로 집계됐다. 지난주 장중 저점인 1,197.80원과 고점인 1,212.50원에서 소폭 상향한 수준. 조사결과, 위쪽으로 8명의 딜러가 '1,220원', 이어 7명이 '1,215∼1,218원'을 고점으로 지목, 1,220원에 놓인 저항선을 인식했다. 나머지 1명과 2명이 '1,225원'과 '1,230원'을 상승의 한계로 내다봤다. 아래쪽으로 8명이 '1,200원'을, 4명이 '1,202∼1,205원'을 저점으로 지목, 1,200원에 대한 지지력이 확보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4명이 '1,195∼1,198원', 2명이 '1,190원'까지 하락할 여지가 있다고 예측, 1,200원의 일시적인 하회를 점쳤다. ◆ 1,200원 단기 지지력 확인 = 지난주 환율은 주초 단기 바닥 확인을 거쳐 저점을 꾸준하게 높였다. 전날 종가기준으로 하락과 상승의 엇갈린 행보가 형성됐다. 주초 1,200원 아래 지지선을 테스트한 환율은 달러화 약세가 주춤하면서 반등 조정의 기운을 드러냈다. 1,200원에 대한 레벨과 개입 경계감 등으로 단기 바닥을 확인한 환율은 심리적으로 하락이 우세함에도 물량 공급의 뒷받침이 여의치 않았다. 환율은 대체로 달러/엔 궤적과 크게 다르지 않은 장세를 연출, 일주일만에 1,210원대로 진입키고 했다. 금요일 소폭 반락한 환율은 1,208.60원에 마감했다. 직전주 종가(1,207.40원)보다 1.20원이 소폭 상승한 것. ◆ 달러화 향방 '묘연' = 지지난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하이후 약세골이 깊어졌던 달러화는 다소간 숨고르기에 나섰다. 이라크의 UN결의안 무조건 수용 결정이 미국의 이라크 공습 가능성 등의 불안감을 희석하고 증시 상승에 동조했다. 미국 경제의 추가 악화가 일단 멈칫, 당장 달러화 급락의 위험은 덜어진 상태. 이에 따라 달러/엔의 제한적인 상승이 시현돼 120∼125엔의 범위의 박스권을 형성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주 말 뉴욕장에서 달러/엔은 미국 경제지표의 악화에도 불구, 증시 강세를 반영해 120.44엔에 마감했다. 단기적인 바닥을 찍고 제한적인 반등의 품새를 갖추고 있는 것. 지난주 말 미시간대학의 11월 소비자신뢰지수가 85.0로 당초 전문가 예상치인 82.0과 지난 10월 9년래 최저치였던 80.6보다 웃돌아 소비심리가 약간 개선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번주 발표 예정인 미국의 9월 무역수지, 10월 주택착공 및 건축허가. 10월 경기선행지수 등의 지표와 뉴욕 증시 동향에 따라 달러화의 행동반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방향탐색의 과정이 진행될 여지가 크다. ◆ 현대상선의 부담 = 지난주 수급상 물량 공급이 시장 심리를 뒷받침하지 못했다. 업체들은 '저가매수-고점매도'의 패턴을 유지하며 소극적인 거래를 일삼아 은행권 위주의 거래가 주로 이뤄졌다. 외국인 주식매매동향은 '사자'와 '팔자'가 적당히 조화를 이룬 가운데 크게 부각되지 못했다. 약간 주변부로 밀린 변수. 이번주에도 수급상 크게 부각되는 요인은 없다. 다만 시장에 끊임없이 떠도는 현대상선 관련 물량의 출회 가능성이 시장을 붙들어맬 수 있다. 실제 시장에 자금이 공급되든 그렇지 않든 심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현재 EU재판소에서 2주간 보류 중인 상태라 12월 2일 판결이 난다고 전해졌으나 선물환 매도 등 가능성은 충분히 타진할 수 있다. 또 중소기업 150여 업체가 참여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발행에 따른 자금도 유입, 물량에 대한 부담을 가중할 수 있다. 시장에 언제 본격적으로 나오느냐가 중요하지만 워낙 업체들이 많은데다 각사의 자금 필요성에 맞춰 분산돼 나올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현대상선 자금도 한꺼번에 나오기보다 시장 상황과 영향력을 감안, 분할돼 나올 여지가 크다"며 "BW도 업체들 마음이기 때문에 한꺼번에 나오긴 어려울 것 같으나 심리적으로 위로 무겁다는 것을 인식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1,200원 밑은 거부감이 있고 정유사 중심의 결제가 꾸준히 있음을 감안하면 달러수요도 시장의 바닥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지속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시장이 심리전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달러매도(숏)과 달러매수(롱)가 혼재하고 있는 가운데 모멘텀도 찾기가 쉽지 않다. 방향성을 잡기엔 아직 시장은 '안개속'이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