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정보를 모든 투자자들에게 동시에 알린다는 취지로 공정공시제도가 도입됐지만 투자자들에게는 오히려 혼란만 안겨줬다. 시행 첫날인 1일 1백건의 상장기업 공시중 30%인 30여건이 공정공시제도에 따른 것이어서 양적인 면에서는 나름대로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공시 내용은 주식투자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하나마나'한 공시가 태반이었다. 심지어 일부 기업은 대표이사 개인의 홍보성 공시를 발표, 투자자와 증권업계의 빈축을 샀다. 동양화재는 이날 오전 자동차 보험 상품 출시건으로 거래소 상장기업중 가장 먼저 공정공시를 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 나오는 보험 신상품까지 공시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정보의 홍수'를 야기시켜 투자자들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규정상 할 수 없이 공시를 했겠지만 보험 신상품이 주가나 기업가치와 직접적인 상관이 있겠느냐"며 "공정공시 적용대상이 너무 광범위해 증권투자와는 직접 관련이 없는 기업 정보가 쏟아져 나오는 역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홍보성 공시가 판쳐 투자자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실리콘테크는 대표이사가 중국 선양시 반도체.IT추진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됐다는 내용을 '공정공시'라는 이름으로 공시했다. 이노디지털은 휴대폰 벨소리플레이어를 출시해 해외마케팅에 들어갔다는 보도자료를 공시로 게재했다. 코스닥기업들은 공정공시제도를 자사의 예상실적을 발표하는 창구로 활용했다. 전문가들은 기관이나 애널리스트에게만 알려졌던 정보가 공개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회사측의 일방적인 발표는 투자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동양시스템즈는 올 4분기 매출이 3백49억원, 순이익은 20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공시했다. 회사측은 현재 가동률과 영업현황을 감안한 예측치라고 덧붙였다. 유일전자는 올들어 지난 9월까지 1백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으며 올해 전체로는 1백40억원의 순이익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성광벤드는 올해 액면가 대비 10%의 현금배당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관투자가나 애널리스트들이 기업을 방문할 때 가장 궁금해하는 사항이 예상실적"이라며 "공정공시를 통해 예상실적을 알리는 것은 일반 개인투자자가 주식을 사고파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언론이나 애널리스트의 검증과정 없이 회사측이 일방적으로 '장밋빛' 전망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실제 실적과 차이가 날 경우 말썽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마지못해 하는 무성의한 공시도 많았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이날 현대자동차는 10월 자동차 판매실적 보도자료를 공시하면서 구체적인 판매대수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은 채 첨부파일을 참고하는 내용의 공시를 발표했다. 대한항공도 올 3분기 실적내용에 대해 단순히 매출·영업 등의 수치만 나열했다가 부랴부랴 전년 대비 증감률을 추가해 정정공시까지 했다. 윤성민.박준동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