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금융감독원의 전자 공시시스템에서도 공정공시내용이 서비스되지 않는 등 허점도 적지 않았다. 기업들의 '입단속'이 강화되면서 애널리스트의 기업 탐방도 사실상 중단됐다. 동양화재는 이날 오전 자동차보험 상품 출시건으로 상장기업중 가장 먼저 공정 공시를 냈다. 신상품 판매가 공시사항이긴 하다. 그러나 투자자 입장에선 불요불급한 정보를 양산할 수 있다는 공정 공시제도의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규정상 공시를 했겠지만 보험 신상품이 주가나 기업가치와 직접 상관이 있느냐"며 "공정 공시 적용대상이 광범위해 쓸데없는 '정보의 홍수'를 야기시키는 역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점은 현대자동차의 공시에도 나타났다. 현대차는 10월 자동차 판매실적에 대해 공시했지만 구체적인 숫자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은 채 첨부 파일을 참고하라고만 밝혔다. 특히 증권거래소의 준비 소홀로 이 공시 내용이 금융감독원의 전자 공시시스템(DART)에 연결되지 않아 개인투자자들은 첨부파일 조회를 할 수 없었다. 올 3분기 실적을 발표한 대한항공은 매출 영업·경상이익 등의 수치만 나열했다가 부랴부랴 전년 대비 증감률을 추가하는 정정 공시를 해야만 했다. 코스닥 등록기업들은 이날 예상 실적을 무더기로 발표했다. 그러나 언론이나 애널리스트의 검증을 거치지 않은 회사측의 일방적인 전망치 인데다 대부분 '장밋빛'이어서 투자자들로선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공정 공시제도가 가져온 또 다른 단면인 셈이다. L증권의 한 애널리스트는 "상장 등록사들이 공정 공시를 앞세워 향후 실적에 대한 자료를 제공할 수 없다고 해 기업탐방이 무의미해졌다"며 "정작 필요한 투자자 정보는 유통되지 않는 부작용도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