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기업이 최대 매수 주체로 떠오르고 있다. 30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종합주가지수가 하락세로 돌아선 지난 5월이후 10월까지 6개월동안 외국인은 2조5백억원,기관은 1조1천4백억원의 주식을 각각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은 1조5백억원,상장법인(기타법인)은 2조1천5백억원을 순매수했다. 개인 외국인 기관등 3대 주체를 제치고 상장기업이 최대 매수세력으로 부상한 셈이다. 사상 최대실적 기록등 펀더멘털 개선에도 불구하고 외부변수 등에 의해 주가가 크게 떨어지자 상장사들이 잇따라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공급자에서 수요자로=상장기업은 그동안 증시에 주식을 공급해왔다. 주가가 오를만 하면 앞다퉈 증자에 나서면서 증시에서 자금을 가져갔다. 주가가 1,000포인트를 넘었던 지난 94∼95년과 99∼2000년초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99년에는 상장기업들이 무려 38조원의 증자를 단행,시장에 물량부담을 가져왔다. 그러나 올들어 상황이 바뀌고 있다. 기업들이 증자 대신 자사주 취득에 나서고 있는 것.올 5월 이후 자사주취득 공시 건수는 직접 64건,간접 1백71건에 달했다. ◆장기 수급개선 효과=전문가들은 상장기업이 주식매수 세력으로 등장한 것에 대해 두 가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첫째 기업에 현금이 많아졌다는 점.김석규 B&F투자자문 대표는 "기업의 현금흐름이 좋아진 것은 문어발식 투자가 사라지고 저금리 구도가 정착된데 따른 결과"라고 말했다. 둘째는 현 주가 수준이 내재가치에 비해 어느 정도 수준에 와 있는지 간접 측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김 대표는 "기업의 속사정을 가장 잘 아는 기업 스스로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은 주가가 저평가 영역에 머물러 있다는 반증"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상장기업의 자사주 취득현상은 지난 90년대 미국 증시의 호황 때와 유사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김한진 페데스투자자문 상무는 "지난 90년대 미국 증시가 가파르게 상승한데는 기업의 ROE(자기자본이익률)개선과 함께 자사주 취득 및 소각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