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추세전환을 고민하고 있다. 최근 증시는 단기 바닥을 확인한 이후 짧은 조정을 거쳐 반등 국면을 잇고 있다. 국내외 여건 개선을 발판삼아 점진적인 박스권 상향을 시도하고 있는 것. 당분간 증시는 이러한 상승세를 연장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증시 안정, 반도체 가격 상승 등 모멘텀이 제공되고 있는 데다 기술적으로도 양호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단기 목표치를 다소 높이고 반도체 중심의 기술주와 증권주 위주로 대응하는 한편 수익률 맞추기 차원에서 후발 주자에 대한 관심을 높일 시점이다. ◆ 목표치 상향 조정 = 종합주가지수가 지난 10일 580대에서 저점을 형성한 이후 100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지난달 중순 720대에서 620대까지 급락에 걸린 시간과 같은 12거래일이 걸렸다. ‘골’이 깊었던 만큼 ‘산’도 높게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주가가 단기 급등하면서 과매도 국면이 어느 정도 해소되고 가격메리트도 감소하는 양상이다. 종합지수는 그러나 증시를 억눌렀던 악재가 완화되고 있는 가운데 700선을 타진한 이후 추가 상승을 도모할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뉴욕증시가 눈에 띄게 안정됐다. 예상보다 높은 기업실적에서 촉발된 뉴욕증시 상승세는 소비자 신뢰지수, 내구재 주문 등 경제지표 악화를 뚫고 오름세를 이을 정도로 투자심리가 안정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뉴욕증시와 더불어 ‘9월 하락’을 이끈 해외 요인들이 개선되고 있어 긍정적이다. 이라크와 미국의 개전 가능성으로 배럴당 30달러를 웃돌던 국제유가가 장중 27달러선을 하회하기도 하는 등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다. 중남미 경제불안 우려를 증폭시켰던 브라질도 좌파의 대선 승리 이후 안정세를 나타내고 있다. 수급 여건이 다소나마 개선되고 있는 점도 우호적이다. 매수차익잔고가 연중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가운데 외국인이 주가지수선물 누적포지션을 순매수로 유지하고 있다. ‘대기 자금’인 고객예탁금이 연일 증가하고 있는 것도 하방경직성 강화를 도울 것으로 관측된다. 기술적으로는 단기 심리와 추세를 가늠할 수 있는 종합지수 5일 이동평균선과 20일선이 동시에 오름세로 방향을 틀면서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특히 20일선은 본격적인 하락이 시작된 지난달 12일 이후 40여일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 반도체, 모멘텀과 주도주 = 이러한 심리나 수급, 기술적 지표의 변화보다 반도체가 모멘텀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 관심을 끌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 반도체가 갖는 영향력을 고려할 때 모멘텀, 주도주, 매수주체 문제를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부터 시작된 DDR D램 중심으로 나타난 반도체 현물 가격의 완만한 오름세가 삼성전자의 실적 발표 이후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면서 예년보다 일찍 추워진 국내 증시에 훈풍을 불어넣고 있는 것. 반도체 대표종목인 삼성전자는 지난 3/4분기 실적발표와 함께 7거래일 동안 17% 이상 급등하면서 강력한 주도주로 떠올랐다. 이 같은 매수세는 반도체 관련주와 기술주로 확산되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최근 DDR D램의 강세는 △연말을 맞은 계절적 수요 증가, △D램업체들의 생산차질, △낮은 재고수준 등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반도체경기의 본격적인 회복을 알린다기보다는 계절적 요인이나 공급부족으로 인한 강세여서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많다. 다만 12월까지 단기 상승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반도체 관련주의 탄력을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200일선을 회복한 삼성전자의 추세가 살아있는 상황에서 하방경직성 만큼은 강하게 나타날 것이라는 얘기다. 삼성전자의 방향성에 주목하되 반도체 관련주에 대한 접근은 단기 기술적인 대응이 유리할 것으로 관측된다. 반도체 현물 가격 상승의 수혜 범위를 낙폭과대 기술주로 넓혀 삼성전자 이후 이동할 매수세의 방향성을 예측하라는 지적이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