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맥없는 흐름속에 소폭 하락했다. 전날 프로그램 매수에 의한 급등이 조정되며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지수관련주 뿐 만 아니라 개별주의 반락도 폭넓게 진행됐다. 시장이 전고점에 재도전할 만한 에너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시장이 어렵사리 상승세를 나타냈지만 추가 상승보다는 반락에 대한 걱정이 앞서며 흔들리는 모습이다. 증시 주변의 풍부한 유동자금은 호시탐탐 시장을 노리고 있지만 지금 같은 불투명한 상황에서는 지속적인 시장 참여를 기대하기 힘들다. 전반적으로 자신없는 매매가 주류를 이루고 있고 확실한 상승 근거를 찾기 전에는 쉽사리 매수에 나서려 하지 않고 있다. 최근 시장의 변동성과 관련해 해외 헤지펀드의 시장 개입 가능성도 추정되고 있다. 그만큼 모멘텀이 아니라 유동성이 단편적 흐름에 시장을 흔들고 있다. 섣부른 매매가 오히려 손실 가능성을 높이고 있어 단기적으로 시장 참여의 메리트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부진한 경제지표 = 예상한 바 대로 미국의 경제지표는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어 시장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23일 나온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경제 보고서인 베이지북은 조속한 시일내의 경제 회복 가능성이 낮음을 시사했다. 한동안 미국 실물경기 둔화세가 지속될 것임을 나타낸 것. 베이지북은 미국 제조업과 소비경기 전반이 부진한 상태임을 지적했다. 노동시장 여건이 악화됐고 임금상승세도 둔화되고 있어 소비위축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한국투자신탁증권 정무일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9월 11일 발표문 보다 미국 경기 둔화세가 심화되고 있음을 시사했다”며 “미국 경제에 대한 연준리의 시각이 부정적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성장모멘텀을 점차 상실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소비와 제조업 활동은 지난 9월 발표보다 더 부정적이며 임금 및 물가에 대해서는 중립적인 모습이라는 것. 그는 “미국 경제에 대한 전망은 각 부문별 성장 모멘텀이 약화로 당분간 위축및 저성장 국면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회복다운 회복은 2003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을 암시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부진한 경기에도 불구하고 연준리의 금리인하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지적됐다. 현대증권 전종우 연구원은 베이지북에 대한 논평 자료를 통해 “물가하락 압력이 진행되고 있지만 건강관리비, 보험비, 택배비 등의 가격상승이 나타나고 있어 연준리의 금리인하 필요성이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린스팬이 기업경제학회 연설에서도 생산성 향상이 지속되고 있고 자본투자가 회복될 것이라고 언급해 현행 기준금리의 유지를 시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경제지표의 부진이 당장 급등한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급속한 경기 침체가 아니라며 어느정도 선반영을 감안할 때 증시에 대한 영향력은 제한적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삼성증권의 유욱재 수석연구원은 “미국의 주가 하락으로 소비감소 영향이 어느 정도가 될 것인가 하는 점과 함께 부동산 거품 제거 충격이 우려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금리 움직임이 정체되어 있어 부동산 가격 거품이 일시에 꺼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이에 따라 경기 추락국면은 빚어지지 않는다고 할 때 주가 급락보다는 점진적 상향을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투자 메리트 저울질 = 기술적 반등의 여지가 남아있다는 시각이 아직 가라앉지 않고 있다. 부동자금이라는 잠재적 우군을 염두에 둔 분석이지만 고점을 돌파할 만한 자신감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역동적인 흐름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2차 랠리를 위해서는 폭이 크지는 않더라도 연속 상승세가 이어지며 20일선의 방향이 위쪽으로 확실히 잡혀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당장 20일선이 다시 깨질 경우 시중 자금의 안정적 유입을 기대하기는 힘들 공산이다. 대우증권 김정환 연구원은 증시전망 자료를 통해 “세계증시가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다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지만 대세상승보다는 하락추세의 둔화와 새로운 가능성 정도가 적절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난친 비관과 편견보다는 긍정적인 사고로 시장에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본격적인 상승세로 전환을 위해서는 1차적으로 690선의 벽을 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690포인트는 지난 4월 중순이후 지속된 중기 하락추세대의 상단이며, 60일 이동평균선과 피보나치 되돌림선 중 61.8%선이기 때문. 미래에셋 이종우 운용전략실장은 “어제오늘 주가 움직임이 단기적인 유동성에 따라 흔들리는 모습이며 이는 매수가 취약한 상황에서 초래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실장은 “미국시장이 지난주까지 잘가다 이젠 고점에서 시원하지 못한 양상을 보인다”며 “위로 뚫지 못하면 하락하게 되어 있어 당분간 정체된 흐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LG투자증권 강현철 책임연구원은 “반등기조는 유효하지만 미국의 불안심리가 늘어나고 있어 쫓아가기가 힘들다”며 “선물 변동성이 커져 아래위를 보기 힘들어 신규매수는 어렵다”고 말했다. SK증권 현정환 연구원은 “20일선 위에서 버텨주면 반등국면 지속에 대한 확신이 늘 것"이라며 "반대로 다시 깨고 내릴 경우 시장 접근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한정진기자 jj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