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코스닥시장의 '황제주'로 군림했던 엔씨소프트 주가가 잇단 악재로 지난해 '9·11테러' 때 수준으로 침몰했다. 24일 코스닥시장에서 엔씨소프트는 전날보다 5천8백원(6.20%) 떨어진 8만7천8백원으로 마감됐다. 이는 지난해 미국 '9·11테러' 당시 기록했던 8만8천1백원을 밑도는 수준이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주 온라인게임 '리니지'에 대한 '18세 이용가' 판정으로 직격탄을 맞은 데 이어 지난 23일 당초 올 연말로 계획했던 거래소 이전행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리니지 파문'으로 지난 18일과 21일 2일(거래일기준) 연속 하한가로 추락한 끝에 소폭 회복됐던 주가에 다시 찬물을 끼얹었다. 거래소 이전 소식을 긍정적인 요인으로 여겼던 투자자 입장에서는 그나마 쥐고 있었던 '매수'의 메리트가 당분간 사라져 버린 셈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리니지'와 관련된 청소년 범죄가 잇따라 발생,사회적 문제로 부각되면서 재심의를 신청한다고 해도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에서 등급을 완화시켜주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인천 부평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3일 10대 청소년 6명이 리니지게임 '머니'를 판매한다는 구실로 돈을 가로챈 사기 혐의로 구속됐다. 전문가들은 "거래소 이전 연기는 '취소'가 아니라 '일시 연기'이기 때문에 단기적인 영향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18세 이용가'는 근본적인 생명줄을 위협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재심의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투자전망이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또 "영등위가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리니지 관련 사고까지 터졌기 때문에 사회적인 부작용을 고려할 때 재심의를 신청한다고 해도 또다시 '18세 이용가'를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굿모닝신한증권 박준균 애널리스트는 "'18세 이용가'를 그대로 가져갈 경우 내년 매출 예상치는 당초의 1천6백50억원보다 13% 감소한 1천4백40억원으로 낮추고 순이익도 6백12억원에서 18.6% 줄어든 4백98억원이 될 것으로 추정한다"며 "그나마 국내에서 포화된 수요를 타개하는 돌파구였던 중국시장 진출까지 무기한 연기되면서 향후 사업 밑그림 자체가 안개 속에 휩싸인 셈이 됐다"고 말했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