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5천억원 이상의 폭발적인 순매수를 보였던 외국인이 3일만에 순매도로 돌아섰다. 22일 증시에서 외국인은 1천5백억원의 매도우위를 보이며 종합주가지수를 630선으로 끌어내렸다. 일부 해외펀드의 청산으로 급매물이 출현한 것이 외국인 매도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혔다. 그러나 전날 미국시장의 강세를 감안할때 이날의 매도공세는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증시수급의 열쇠를 쥐고 있는 외국인이 당분간 갈지(之)자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점치고 있다. 외국인 매매의 나침반역할을 하는 미국증시의 반등세를 베어마켓 랠리(약세장에서의 반등)로 보기 때문이다. ◆자금유입의 전제조건=미국 증시에 대한 확신이 최대 관건이다. 미국 증시는 지난 7일 단기 저점을 찍은 이후 강한 반등세를 보여 최근 10일 동안 다우지수는 15%,나스닥지수는 16.9%씩 뛰어올랐다. 그러나 이같은 반등만을 놓고 미국 시장의 흐름이 상승세로 돌아섰다고 단정짓기는 힘들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남우 리캐피탈투자자문 사장은 "최근 미국 증시의 강세에 대해 해외투자자들이 의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표면적으로는 3분기 기업실적을 얘기하지만 그보다는 채권에 지나치게 편중됐던 자산배분을 조정한 효과 정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KGI증권 윤세욱 이사는 "미국의 9월 경기선행지수나 산업생산이 감소세를 보이는 데서 알 수 있듯이 미국 경기회복은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증시의 거래량이 많지 않은 것도 베어마켓 랠리의 한 단면이라고 덧붙였다. ◆당분간 혼조세 보일듯=외국인 매수세의 원동력이 되는 미국 증시 상황을 감안할 때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의 지속적인 유입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또 지난 18일과 같은 대규모 매수세는 가격메리트에 따른 기술적 매매의 성격이 강하며 700선 언저리에서는 매물이 다시 쏟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국내증시가 '낙폭과대'외에는 이렇다 할 모멘텀이 없다는 점도 부담이다. 미래에셋증권 이정호 연구위원은 "지난 18일 외국인의 총매수 규모는 8천5백억원으로 상승장에서 1주일치 매수분량을 모두 쏟아 넣은 것"이라며 "추세전환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단기반등을 놓치지 않으려는 조급함이 크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 매수세가 의미를 가지려면 적어도 1∼2주는 지속적으로 순매수해야 한다"며 "국내 증시의 모멘텀을 감안할 때는 당분간 매수·매도가 거듭될 것"으로 내다봤다. 리캐피탈투자자문의 이 사장도 "당분간 매도공세가 나타날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대규모 매수세를 기대할 형편도 아니다"며 "삼성전자에 대한 최근의 순매수는 핸드폰 분야 등에 대한 재평가의 일환이며 이를 한국시장 전체로 확대 해석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