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제자리 찾기에 한창이다. 엿새 연속 지칠줄 모르는 오름세를 이어온 증시는 한차례 쉬어감을 예비하고 있지만 아직도 ‘배가 고픈’ 표정이다. 외국인이 삼성전자 등으로 주식비중 확대 행보를 뚜렷히 드러냈고 이는 시장 전체의 레밸업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선도주를 따라잡는 수익률 이격좁히기 순환상승으로 시장 분위기가 한층 들떠있다. 저항이 예견됐던 20일선과 650선을 가볍게 뛰어넘은 주가는 당분간 상승세 연장 기대감이 높다. 미국의 채권시장에서 주식시장으로의 급속한 자금이동에서 보듯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완화되고 있다. 국내와 미국 기업의 3/4분기 실적은 예상대로 시장의 기대를 크게 벗어나지 않거나 오히려 상회하고 있다. 지난주 POSCO, LG전자,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국내 기업의 실적이 대체로 긍정적으로 나타나며 미국의 야후, GE, IBM, 마이크로소프트 등으로 이어지는 실적 장세와 장단을 맞췄다. 다만 미국 9월 산업생산이 악화되고 실업자가 느는 등 경기불안은 여전하지만 당장 시장심리를 돌리기에는 영향력이 미미하다. ◆ 외국인 매수기조 변화 징후 = 외국인은 지난 18일 거래소에서 연중최대인 5,000억원 이상의 순매수를 기록하며 670선을 회복하는 증시 폭등을 주도했다. 외국인은 오전에만 이례적으로 2,000억원 이상의 순매수를 기록하며 시장 분위기를 술렁이게 했다. 최근 외국인의 매매패턴이 종목을 가리지 않는 낙폭과대주로 유입됐다는 점에서 단기성 우려도 있지만 일단 매도보다는 매수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모습이다. 삼성증권은 최근 마켓뷰를 통해 외국인의 투자전략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인이 올들어 5.3조원의 매도 과정을 통해 펀더멘털 둔화 리스트에 따른 비중조절을 충분히 진행했으며 이과정에서 글로벌이머징마켓펀드의 한국시장 비중이 21%로 MSCI의 이머징마켓펀드 중립 편입비중 25%를 하회하게 됐다는 것. 삼성증권은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미국시장의 급반등세가 연출되자 급속한 비중확대로 나서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 최근 대만 마더보더의 출하비중이 반등하고 D램 현물가가 고정거래가를 상회하는 등 IT업종의 계절적 수요에 따라 삼성전자 등 대표적 기술주의 하방경직성도 주요 요인으로 지적했다. 삼성전자의 탄탄한 3/4분기 실적도 외국계 매수세를 촉발한 양상.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1조 7,000억원을 넘어서자 당초 영업이익 규모를 1조 5,000억원 수준으로 잡았던 외국계에서 일종의 어닝서프라이즈로 받아들였다는 후문이다. 또 선물시장의 백워데이션 현상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은 그간 하락국면에서 선물의 현물지배흐름에 대한 반작용이며 이는 현물시장 투자자의 반등기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으로 설명됐다. 지난 9.11테러이후 주가반등에서 저점 대비 15%의 지수상승까지 백워데이션 현상이 전개됐고 이후 콘탱고로 전환하며 신규매수차익거래가 지수반등을 견인했다는 것. ◆ 짧은 조정, 매수관점 유지 = 580선 전저점을 다시 확인할 것이라는 두려움은 급속히 퇴색하고 있다. 조정이 오더라도 미미한 수준에 그칠 정도로 시장 심리와 수급구조는 탄탄하다. 연중최저치를 보이고 있는 프로그램 매수차익잔고 수준은 언제라도 물량을 소화해낼 수 있는 든든한 수급의 보루다. 외국인 매수, 기관의 물량 정리에 따른 매수여력 확대, 그리고 8조원대를 훌쩍 넘고있는 고객예탁금 등 개인 유동성도 든든한 우군이다. 다만 주가가 엿새동안 100포인트 가까이 급등하며 기술적 지표가 단기과열을 가리키고 있다. 활발한 손바뀜을 통해 부담을 줄여나갈 공산이 크다. 아직 추세반전을 보기는 힘들다는 시각이 여전하나 한번 결집된 시장 에너지 분출이 어디까지 이어질 지 예단하기 힘든 국면이다. 대신경제연구소 조용찬 수석연구원은 “기관이 포트폴리오 조정을 끝내 기술주, 증권, 제약 건설 등으로 매수세에 가담하고 있다”며 “쉬어갈 분위기가 아니며 집중매물대가 위치한 700~750선 속에서 지수 방향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증권 엄준호 선임연구원은 “주가상승을 저지해온 미국의 신용경색문제가 해결조짐을 보이고 있고 채권수익률 상승으로 자금이전 등 상황변화가 감지된다”며 “이라크 전쟁, 더블 딥 우려 등 제반 악재가 이미 노출된 상황이라 700선 부근까지 반등세 연장이 점쳐진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김지영 투자정보팀장은 "중기적 안정감이 있어 670~680선까지 상승은 가능하나 당장 숨고르기는 필요해 보인다"며 "우량주는 그냥 들고가야 하며 향후 지수는 후속 자금유입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한정진기자 jj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