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와 애널리스트가 낀 주가조작 사건이 벌어지는가 하면 최대주주로부터 지분을 사들인 뒤 회사 돈을 빼내가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전문가들은 대주주 모럴해저드의 한복판에 보호예수제도가 자리잡고 있다고 지적한다. 당초 보호예수는 등록직후 대주주 지분이 무더기로 쏟아지는 데 따른 소액투자자의 피해를 막기 위해 도입됐다. 또 대주주의 모럴해저드를 막고 경영에 전념시킨다는 취지다. 1999년 8월 도입 당시 보호예수기간은 6개월이었다. 그러나 코스닥이 대주주의 '머니게임장'으로 변질되면서 보호예수제도는 갈수록 강화됐다. 2000년 4월엔 1년으로 늘어났고 그해 9월부터는 2년이 됐다. 등록 전 지분변동 제한도 지난 9월부터 1년으로 확대됐다. 이처럼 사실상 3년 동안 재산권행사를 못하게 되다보니 코스닥 대주주들은 사전에 파킹을 하거나 은행 담보를 통해 대출을 받으려는 유혹을 받게 된다. 지난 7월 이코인의 최대주주인 김대욱 전 사장이 차명계좌를 통해 10만여주를 처분해 부당이득을 챙긴 사건이 불거졌을 때 증권가에서는 '재수없게 걸렸다'는 반응이 많았다. 그만큼 코스닥 대주주의 '파킹'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최근 모디아 에이디칩스 등 코스닥기업의 대주주들이 담보로 맡긴 주식이 시장에 잇따라 매물로 쏟아지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벨로체피아노는 담보물량이 제3자에 넘어가면서 최대주주가 바뀐 경우다. 보호예수제도가 코스닥등록 후 지분매각을 통한 투자자금 회수 및 기업간 M&A(기업인수·합병)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등장한 게 '예약매매'라는 편법이다. 코스닥위원회는 예약매매시 대주주의 보호예수가 그대로 승계되기 때문에 소액주주에는 피해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실은 다르다. 최근 텔넷아이티는 예약매매를 통해 기업을 인수한 새 대주주가 자금을 빼내가 경영공백 상태에 놓여있다. 따라서 새로운 최대주주가 기존 최대주주의 보호예수의무를 승계할 경우 정상적인 매매로 인정해줄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메리츠증권 노기선 주식인수팀장은 "6개월의 보호예수기간을 적용했을 때보다 최근 파킹,예약매각 등 부작용은 훨씬 더 커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코스닥위원회 김병재 팀장은 "현재같은 상황에서 보호예수 기간마저 단축할 경우 대주주 지분이 시장에 쏟아져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며 "지금은 대주주의 재산권보다는 공공의 이익이 우선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