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바뀐다.'


최근 증시폭락을 바라본 시장의 고수(高手)들이 내뱉는 말이다.


추운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듯 주가도 마냥 떨어지지만은 않는다는 것.


기회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주식시장은 여전히 악재에 포위돼 있다.


미국증시의 불안, 이라크 전쟁 가능성, 세계경제의 디플레이션 우려, 금융시스템 위기, 내년 국내경기 둔화, 매수주체 부재 등 증시 주변 여건은 밝지 않다.


세계 증시의 동반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한걸음 뒤로 물러나 시세표를 바라보면 우량 종목을 살 수 있는 더할나위 없는 기회가 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 청산가치를 밑도는 블루칩 =전문가들은 최근의 주가폭락은 세계적인 디플레이션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 까지 반영된 것으로 분석한다.


국내 상장기업은 올 상반기에만 무려 17조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반기는 물론 연간으로도 사상 최대규모다.


그럼에도 주가는 작년 수준으로 떨어졌다.


김석규 B&F투자자문 대표는 "실적개선 등 기업 펀더멘털(기초여건)을 감안할 때 현 주가수준을 설명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저평가 정도가 심하다는 것.


실제 국민은행 포스코 현대자동차 한전 SK 등 핵심 블루칩의 주가수준은 청산가치(주당 순자산가치)를 밑돌고 있다.


이들 종목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은 1배 이하로 주가가 주당순자산(BPS)보다 낮다.


최영권 제일투신 주식운용팀장은 "핵심블루칩의 주가수준이 내년에 이익을 전혀 내지 못한다는 극단적인 가정하에 나온 청산가치에도 못미칠 정도로 하락한 상태"라고 말했다.


매수 타이밍이 다가오고 있다는 주장도 이래서 나온다.



<> 섣부른 바닥예견은 금물 =문제는 주가가 기업의 내재가치 등 펀더멘털로만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모멘텀(계기), 투자심리, 수급 등에 의해 예상보다 크게 오르거나 떨어질 수 있는 게 주가다.


섣불리 바닥을 점치기 어렵고 바닥이라고 하더라도 언제 상승세로 돌아설지 예견하기 힘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최근들어 주가가 많이 떨어진 종목이 더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주가가 매입단가에서 20%이상 하락하면 추가 손실을 막기 위한 기관투자가들의 로스컷(loss cut:손절매)이 추가하락의 주범이었다.


이보다 더 무서운 것은 심리적 공황에 따른 투매다.


투자자들은 "바닥 밑에 지하실이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바닥으로 판단, 보유현금을 주식매입에 투입하는 전략은 위험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 개인투자자의 전략 =상당수 투자자들은 "이쯤 되면 반등하겠지"라고 생각하며 기다리다 추가 손실을 막기 위한 손절매 타이밍도 놓쳐 버렸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상황에 처한 개인투자자의 경우 좀 더 참는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한다.


제일투자증권 이길영 이사는 "주가가 더 떨어져도 추가 낙폭은 그다지 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성호 우리증권 이사는 "아직 하락추세대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펀더멘털(기초여건)에 비해 터무니없이 하락한 현 주가수준에서 등을 돌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개별 종목을 갖고 있는 투자자들은 핵심 블루칩으로 종목교체를 고려할 수도 있다.


최근들어 외국인 매도및 기관 로스컷 으로 인해 대형주의 낙폭이 개별종목보다 커 향후 반등시 상승탄력이 높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사장은 "현재로선 바닥이 어디인지 쉽게 점칠 수 없지만 '기회'가 올 것"이라면서 "지금부터 주식을 사야할 준비을 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투자자금은 여유자금이라야 한다.


장인한 KTB자산운용 사장은 "기술적 반등을 이용한 단타매매로 수익을 내겠다는 생각은 버리고 최소 1년정도 투자한다는 각오로 매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투명한 시장여건상 증시가 반등해도 그 폭은 제한적일 수 있으며 반등 타이밍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신성호 우리증권 이사는 "증시 주변을 둘러싼 변수가 많은 데다 전세계 금융시스템 불안 등 새로운 악재가 불거져 나오고 있는 만큼 시차를 두고 분할 매수하는 신중한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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