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침체의 늪이 깊어지면서 주식투자를 둘러싼 분쟁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임의매매, 작전, 분식 등 주식시장의 각종 부조리들이 주가 폭락으로 잇달아 불거지면서 증권사와 고객간 갈등이 급증하는 추세다. 올들어 금융감독원 등 감독기관에 접수된 분쟁 건수는 지난해보다 40% 가량 늘었다.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을 묻는 분쟁은 소송으로 이어져 민사소송 제기건수가 상반기 월 3~4건에서 최근엔 매주 5~6건으로 부쩍 늘었다. 종합주가지수가 연중 최저치를 경신하며 600선 아래로 떨어짐에 따라 분쟁이나 소송도 더 증가할 것으로 증권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 폭주하는 증권관련 분쟁.소송 =지난 5월 A증권 강남지점에 계좌를 개설하고 주식투자를 시작한 박모씨(43)는 3개월만에 2억5천만원을 날렸다. 주식투자 경험이 부족해 증권사 직원에게 주식거래를 맡겼다가 직원이 '작전주'에 투자하는 바람에 큰 손실을 입었다. 김모씨(39)는 투자상담사의 꾀임에 넘어가 낭패를 본 케이스. "안전하게 돈을 불려주겠다"는 말을 믿고 3억원을 맡겼다가 여러차례 추가 입금까지 해 폭락장세에서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8월말까지 금감원 소비자보호센터에 접수된 일임.임의매매,매매주문 등 증권관련 분쟁은 1천9백79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4%나 늘었다. 최근 급락세가 이어지면서 민원은 하루 10여건씩 접수되고 있다. 지난해 6월 분쟁조정센터를 연 증권거래소도 민원처리에 부심하고 있다. 올들어 9월까지 1백64건이 접수돼 지난해(6∼12월) 규모를 2배나 웃돌고 있다. 투신사의 수익증권이나 뮤추얼 펀드에 가입했던 투자자들의 항의도 거세다. 실적형 상품인 데도 창구직원들의 '수익률 보장' 약속을 믿었다가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대부분이다. 홈트레이딩 등 사이버 거래가 전체 주식거래량의 절반을 넘어서면서 이와 관련된 '사이버 분쟁'도 늘고 있다. ◆ '투자자 책임' 묻는 추세 뚜렷 =증권전문가들은 "최근 증권관련 분쟁이나 소송의 결과를 보면 투자자 책임을 묻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며 "애꿎은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자신의 판단하에 주식을 매입하는 원칙론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주식매입은 투자자의 '판단'과 '책임'아래 이뤄지는 만큼 증권사 직원의 위법행위로 인한 손실도 상당부분은 이를 방치한 투자자의 책임이라는 취지다. "알아서 잘해 달라"는 식의 포괄적 일임매매는 투자자 과실이 최소 60% 이상으로 계산되고 있다. 투자자가 증권사 직원의 불법행위를 알고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투자자 스스로 불법행위를 인정하는 셈이어서 더욱 구제받기 힘들어진다. 실제로 증권거래소 분쟁조정실이 올들어 조정에 성공한 39건의 분쟁에서도 투자자의 과실을 70% 이상으로 정한 사례가 28건에 달한다. 금감원 소비자보호센터 이춘근 팀장은 "분쟁조정기관들이 최근들어 투자자 과실을 60∼70% 선으로 올리는 추세"라며 "주식투자는 자기 책임아래라는 격언을 되새겨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