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지수가 다시 급락하며 연일 연중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그토록 믿어왔던 630선 붕괴가 지난 9일 현실화되면서 지지선을 상실한 뒤 시장은 아직도 바닥이 가깝지 않다는 의구심에 번뇌하고 있다. 의미있는 기술적 지지선을 찾기도 힘든 상황이다. 600선 등 100단위‘마디 지수’의 심리적 지지력에 막연한 기대를 걸고 있는 정도. 기관의 손절매 본격화로 수급악화가 최악의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모습이다. 어느 정도 예상됐지만 상장지수펀드(ETF)의 유동성 흡입력은 프로그램 매물에 묻힐 정도로 미미하다. 당장 목요일 옵션 만기를 맞아 매수차익잔고 청산에 따른 충격이 예상되고 있다. 최소한 1,000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심리 위축이 불가피할 듯하다. 이와 함께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결정을 앞두고 시장이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세계경기의 동반 침체 속에 금리인상이 쉽지 않을 것이지만 내수경기 버블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다. ◆ 손절매 옐로칩으로 확산 = 수급상황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최근 국민은행 등 금융주에 이어 전기전자와 유통 등의 옐로칩으로 손절매물에 쏟아졌다. 외국인 매물이 관측되고 있지만 환매압력에 직면한 기관이 마침내 본격 손절매에 나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날 삼성전기, 삼성SDI, 신세계, LG카드 등 거래소 옐로칩이 매물을 맞으며 급락했다. 기관은 또 LG홈쇼핑, 강원랜드, 국민카드 등 코스닥 대표주도 내던지며 본격적인 물량줄이기 행보를 보였다. 기관이 800선 이후부터 최근까지 이어진 시장 하락속에 반등 기대감으로 주식을 꽉꽉 채워 들고 있다 마침내 인내의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 시장 관계자들은 당분간 기관의 손절매가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편으로는 시장이 어차피 바닥을 보기 위해 치뤄야 할 한 차례의 홍역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삼성증권 유욱재 수석연구원은 “이들 종목에 이어 손절매가 확산될 경우 시장이 충격을 받으며 600선 부근을 찍을 가능성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외국인이 매도공세를 멈추면서 통신, 전기가스 등 내수우량 대형주를 저가 매수해 충격 완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 외국인은 이날 삼성전자, SK텔레콤, 국민은행, 한국전력 등에 대해 매수우위를 기록했다. 이들 종목의 외국인 지분율이 최근 하락세를 멎고 최소한 횡보하거나 상승추세를 타고 있다는 점에서 하방경직성 기대가 조성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 뮤추얼펀드 자금 유출을 감안할 때 외국인의 순매수 기조 전환을 기대하기에는 아직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다. ◆ 600선 지지력 시험 = 시장은 이제 주가 600선 지지력을 막연한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자체적인 지수 방어력을 기대하기 힘들고 해외시장 안정과 외국인 매수력을 기대할 뿐이다. 경제지표나 기업실적 등이 추가적인 충격을 줄만한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해도 시장 반전을 이끌어낼 계기를 찾기 힘들다. 증시가 방향성을 찾기 힘든 가운데 여전히 프로그램 매매가 시장을 흔드는 전형적인 약세장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주위를 둘러봐도 하방경직성의 이유를 찾기 힘들고 조금만 매물이 나와도 충격이 확산되고 있다. 고객예탁금 급감 속에 개인의 대응력도 한계에 봉착한 지 오래고 환매요청에 직면한 투신권의 운신폭이 날로 좁아지고 있다. 현대증권 류용석 선임연구원은 “실물경기를 통제하기 불가능한 상황에서 저금리의 부작용이 부각되고 있어 금통위의 금리인상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며 “기술적 지지선이 모두 붕괴되면서 투자심리 불안도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LG투자증권 강현철 책임연구원은 “대외적인 시장변수가 아직 우호적이지 않아 하락국면의 지속을 시사하고 있다”며 “외국인 순매수도 확대해석하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신경제연구소의 조용찬 수석연구원은 “시장이 옵션만기일까지 약세를 벗어나기 힘들겠지만 이후 기관 로스컷이 일단락되고 미국시장 안정 기대가 있다"며 "낙폭이 컸던 수출주의 반등여건이 조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신영증권의 김인수 투자분석팀장도 “600선에 근접할 경우 반등심리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며 “옵션만기를 특별한 계기로 보기는 힘들지만 향후 바닥탐색 흐름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경닷컴 한정진기자 jj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