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더딘 행보 속에서도 상승 분위기가 완연하다. 지난주 1,230원대 등정에 이어 추가 상승의 목표치로 1,240∼1,250원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 다만 하방경직성을 확보하는 와중에서 레벨 부담감으로 오름세 강화가 쉽지 않다. 달러/엔 환율도 상승 모멘텀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수급상 일방적인 수요우위의 상황 전개도 아니다. 시장은 달러/엔보다 순간적인 수급상황의 변화에 민감한 장세가 될 것으로 보인다. 10월 둘째주(10.7∼10.11) 달러/원 환율은 1,230원대에서 고점을 테스트하는 과정이 계속 진행되는 가운데 큰 이슈없이 일중에는 등락폭이 제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추가 상승이 어느 선까지 이를 것인지가 관심사. 시장 마인드는 달러매수(롱)가 여전히 우세한 상황. 달러/엔과 동조화도 미적지근한 상황에서 최근 시장에 영향을 가했던 엔/원 거래가 계속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네고물량 공급 기대감이 차츰 옅어지는 와중에 이번주 9일 발행 예정인 담배인삼공사의 주식예탁증서(DR)가 시장 심리에 다소 영향을 미칠 전망. ◆ 1,240원대 접근 가능성 = 한경닷컴이 외환딜러 17명을 대상으로 환율전망을 조사한 결과, 예상 환율의 저점은 단순평균으로 1,224.53원, 고점은 1,239.53원으로 집계됐다. 지난주 장중 저점인 1,225.50원에서 소폭 하향하고 고점인 1,233.00원에서 상향한 수준. 조사결과, 위쪽으로는 14명의 딜러가 '1,240∼1,243원'을 고점으로 지목, 다음 목표치가 1,240원에 가 있음을 시사했다. 이어 3명이 '1,235∼1,238원'을 상승의 한계로 점쳐 1,240원에 대한 부담감을 내비쳤다. 아래쪽으로는 12명이 '1,225원'을 저점으로 점친 데 이어 2명이 '1,227∼1,228원' 하락의 한계로 지목, 1,225원에서 하방경직성이 강화됐음을 보여줬다. 나머지 3명이 '1,220∼1,222원'까지 하락 가능성을 엿봤다. 전반적으로 봤을 때 1,230원대로 올라섰던 환율의 강보합 분위기가 연장될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 지난주, 1,230원대 등정 = 지난주 환율은 한단계 레벨을 높여 1,230원대로 올라섰다. 달러/엔과 동조화는 더딘 가운데 달러/원은 주초 장중 100여일만에 최고 수준인 1,233.00원까지 올라섰다. 그러나 레벨과 물량 부담으로 1,230원대 마감이 쉽지 않아 보합권 장세에 머물다가 수요일 4개월만에 1,230원대로 마감했다. 이후 개천절 휴일을 지나 1,230원대 지지력을 다졌으나 일중 등락폭이 극도로 제한됐다. 지난 금요일 환율은 변동폭이 연중 최소인 1.20원에 그친 가운데 4개월 중 가장 높은 수준인 1,232.40원에 한 주를 마무리했다. ◆ 탄탄한 수요 = 달러 수요가 환율의 하방경직성을 강화하고 있다. 역외매수세가 다소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으나 에너지업체 등의 결제수요가 꾸준한 반면 업체 네고물량 공급은 뒤로 물러나고 있다. 국제 정세의 불안이 유가 상승과 함께 정유사의 선취매를 자극하고 있다. 외국인은 주식순매도와 순매수의 엇박자를 보이고 있으나 당장 뉴욕이나 국내 증시의 극적인 급반등의 기미가 없어 역송금수요에 대한 우려는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레벨 부담감으로 추격 매수가 적극적이지 않다. 일정 레벨이상 올라가면 결제수요가 이를 좇아 유입되지 않고 있다. 완만한 궤적의 상승세가 예상되면서 저점을 높이는 정도가 될 것이란 전망의 이유. 당분간 수급이 어느 한 쪽으로 크게 기울만한 여지는 없지만 달러매수(비드)주문이 강한 흐름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주식순매도와 역외 가담여부가 변수가 되는 가운데 달러매도에 나설만한 모멘텀은 그다지 없다. 더디지만 환율 상승 분위기로 가닥이 잡히자 업체들이 함구하고 있는 것. 네고는 늦추고 수요가 먼저 등장하는 상승장의 전형적인 '리즈앤래그' 방식이 시장에 만연되고 있다. 미국 서부항만 파업사태의 장기화 조짐도 네고물량 공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이다. 도쿄미쯔비시 정인우딜러는 "달러/엔이 폭락하지 않는 이상 수급 가지고 아래쪽을 밀기는 버겁다"며 "바깥이 불안해 정유사 선취매가 꾸준히 등장하겠지만 현재와 같은 탐색과정에서 급등락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저가 매수가 1,220원대에, 고점 매도는 1,235원 이상에서 포진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견해. 오는 9일 발행 예정인 담배인삼공사의 DR은 이미 시장에 널리 알려진 재료인데다 실제 물량공급 여부는 다음주에나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심리적인 상승제한 요인은 되겠지만 시장 수급을 일거에 바꿀 수 있는 그런 요인은 아니다. 신한은행 최정선딜러는 "DR발행이 시장에 어떻게 어우러지느냐에 따라 영향력이 달라질 것"이라며 "수요를 잠재우면 환율이 조정을 받겠지만 이 물량이 소화되면 더 많이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 관심권에서 멀어지는 달러/엔 = 일중 달러/엔 동향이 시장 참가자들의 뇌리에서 잊혀지고 있다. 최근 달러/원과 달러/원의 일중 동조화 정도는 미미하다. 밤새 뉴욕장 달러/엔의 큰 폭 레벨 이동만이 국내 개장가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 역외선물환(NDF) 달러/원 환율도 시장 참고척도 역할이 최근 미약하다. 달러/엔도 최근 변동성이 크지 않다. 일본 경제와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한 가운데 일본 금융권의 부실채권 처리와 공적자금 투입 여부가 관심사다. 달러/엔이 어느 한쪽으로 시소를 기울지 않는 이상 달러/원은 이를 크게 염두에 두지 않을 전망. 엔/원 레벨에 따른 포지션 커버와 처분의 과정에서 달러/원에 영향을 미치는 움직임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외환은행 하종수딜러는 "달러/엔이 122∼124엔 범위가 당분간 깨지지 않으면 달러/원의 변수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엔/원도 100엔당 990∼1,020원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