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케이평균주가가 19년 만의 최저치까지 밀려나는 등 붕괴 위기감마저 확산되는 도쿄 증시에서 주가양극화 현상이 본격화되고 있다. 불량채권 상각처리 후 공적자금을 수혈 받을 것이 확실시되는 은행주들이 무더기로 폭락하는가 하면 불량채권 처리과정에서 도태 기업이 대량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은 건설 부동산 및 유통 관련 주식은 매수세력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반면 도요타 혼다 캐논 등 재무구조가 탄탄하고 강력한 시장기반을 갖고 있는 일부 우량기업들에는 '사자'주문이 몰리면서 주가가 상승 탄력을 받고 있다. 수십조엔의 불량채권을 안고 있는 은행들의 경우 불량채권 자체가 증시 붕괴를 재촉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와 금융계가 불량채권 처리 가속화 방침을 굳히자 은행주가가 더 흔들리고 있다. 분석가들은 불량채권의 대규모 상각이 자기자본비율(BIS)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데다 공적자금이 투입되면 어떠한 형태로든 기존 주주들의 권리에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은행주 가격을 끌어내렸다고 보고 있다. 닛케이평균주가가 8천9백36.43엔까지 추락한 지난 3일 은행주는 외국증권사 등 대형 투자가들의 이탈현상이 특히 두드러졌다. 도산 직전에 몰린 후 은행들의 자금지원으로 간신히 회생작업에 들어간 기업들의 주가도 급락을 면치 못했다. 대형 유통그룹인 다이에는 두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하며 올 들어 최저가를 기록했다. 건설 유통업에 비해 자금 사정이 한결 좋은 전기 전자업종도 강펀치를 맞아 히타치제작소,도시바,미쓰비시전기 등 대형 5개사의 주가도 금년 최저가를 경신했다. 도요타자동차,다케다약품 등 재무구조가 튼튼하고 높은 기업가치를 가졌다고 평가받아온 주식은 오름세를 보여 대조를 보였다. 이와 관련,미쓰비시증권의 한 관계자는 "도태와 정리를 전제로 투자자들의 기업 차별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라고 말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