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외풍에 흔들리며 속절없이 전저점 아래로 내렸다. 미국시장의 바닥없는 추락세에 투자심리가 꽁꽁 얼어붙었다. 나스닥이 최근 1,200선 아래로 내리며 전저점을 내놓은 데 이어 전날 다우지수는 4년중 최저치로 급락하며 장중 전저점 7,500대 붕괴 초읽기에 들어선 것. 매수세가 실종된 가운데 지지선이 힘없이 차례로 무너지는 양상이다. 외국인이 펀드 환매 압력 등으로 사흘째 4,000억원 가량의 순매도 공세를 펴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관은 손절매 물량을 내놓으며 지수방어 의지를 상실한 듯한 모습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생산 및 고용회복에 ‘상당한 불확실성’ 있음을 공식 인정하면서 시장은 악재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미국 9월 소비자신뢰지수가 93.3을 가리키며 연 4개월째 하락행진을 이었고 월마트의 매출 부진 등 소비위축 조짐이 가시화되고있다. 한편 이 와중에 투자자가 시장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포기하는 이른바 ‘투자자 항복’의 초입에 들어서고 있다는 진단도 부각되고 있다. 그만큼 시장 바닥이 멀지 않았음을 기대해보는 모습. 그러나 기술적 반등 이외에 상승을 견인할 모멘텀이 없어 장기침체 국면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현 지수대가 ‘무릎’정도에 와있다는 시장 공감대를 감안할 때 손절매에 가담할 시기는 아닐 것이다. 오히려 적절한 매수기회가 다가오고 있음을 감안하면서 모멘텀 생성 여부를 느긋하게 지켜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 650선 부근 기술적 반등 분위기 = 660선이 무너지면서 새로운 지지선 찾기에 분주하다. 시장관계자들은 대체로 기술적으로 650선 전후에서의 지지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있다. 전저점 660선이 가지는 의미도 무시할 수 없지만 엘리어트 파동이론 등을 근거로 산출해 볼 경우 지지선을 다시 그려야 한다는 지적. 이번주 사흘간 45포인트를 넘는 주가 낙폭을 감안할 때 제반 악재를 고려하더라도 기술적 반등 국면에 들어선 지 오래라는 시각. 미국의 악화일로에 있는 경제지표와 기업실적 전망의 악재로서의 영향력도 더 이상 확장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또 외국인이 9월들어 월중 순매도로 전환하며 매도압력을 가하고 있지만 최근 낙폭을 초래할 수준으로 보기도 힘들다. 문제는 이를 소화하지 못하는 매수력 고갈과 시장심리의 와해.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660선은 심리적 지지의미가 강했다면 기술적으로 645선 정도에서 지지와 반등을 기대해 볼 만하다”며 “당장 기술적 반등 가능성은 열려있지만 조만간 해외시장 안정이 확보되기 힘들다는 점에서 반등세를 이어가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황팀장은“미국경제가 이중침체로 급속히 빠져들 가능성은 아직 적어보이지만 순조로운 경기회복 가능성은 접고 있다”며 “상당기간 회복이 지연되는 L자형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신영증권 김인수 투자분석팀장은 “수급, 펀더멘털, 심리가 모두 와해되며 시장하락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싸다는 생각이 잘 안드는 상황”이라며 “3/4분기 이후의 기업 실적에 대한 회의와 이라크 전쟁 위기 등 불확실성이 매수심리를 억누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그러나 650선 부근에서 힘겨루기기 진행되며 바닥권을 확인하는 마지막 국면을 거칠 것”이라며 “문제는 추가하락 보다는 반전 모멘텀이 계속 지연될 것이라는 점이 부담”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증권 엄준호 선임연구원은 “최근 산업생산, 공장가동률 등을 볼 때 향후 기업의 설비위축과 고용감소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따라 650선 부근이 깨질 수도 있지만 이때부터는 과매도 국면으로 보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한정진기자 jj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