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이 거래부진으로 기진맥진하고 있다. '삼류시장'으로 전락한 탓이다. 증권거래소시장에 이어 2위로 인식되던 코스닥시장의 위상은 이제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시장에도 뒤처져 3위로 밀려난 분위기다. 외국인과 기관은 팔장을 끼고 있는 가운데 '시장 독립'을 외치던 개인투자자마저 잇단 부정과 시세조종 등으로 등을 돌리고 있다. '개미군단'은 코스닥시장에 만연해 있던 모럴해저드와 불공정행위 걱정이 없는 선물·옵션시장으로 떠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주인(대주주)과 손님(투자자) 모두가 떠나고 있는 코스닥시장을 살릴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거래가뭄=23일 코스닥지수는 연중 최저가를 갈아치웠다.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53선이 무너졌다. 이제 50선마저 안전하지 못할 것이란 비관론이 팽배해 있다. 코스닥시장의 비관론은 거래부진의 측면이 더해져 증폭되고 있다. 코스닥시장 거래량은 지난 3월만 하더라도 4억주를 웃돌았다. 거래대금 역시 2조원대를 훨씬 넘었다. 하지만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4월부터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해 최근엔 거래량 2억주,거래대금 5천억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거래대금은 거래소 시장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등 돌린 '큰 손'=코스닥시장은 개인들 만의 무대다. 연초 한때 외국인과 기관의 매매비중이 10%를 넘기도 했지만 그 때 뿐이었다. 지난 3월 고점을 찍은 이후엔 개인 비중이 90%를 웃돌고 있다. 특히 기관은 항상 매도우위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신규 등록기업 공모주의 65%를 기관들이 받아가고 등록 직후 매도하는 패턴이 지속되는 한 코스닥시장에서의 기관 매수우위는 기대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코스닥시장에 뜻이 없기는 외국인 역시 마찬가지다. 외국인의 매매는 소수 대형주에만 국한돼 있다. 매매패턴도 철저히 실적에 포인트를 맞추고 있다. 한때 외국인 지분율이 50% 넘었던 휴맥스는 실적악화 우려감이 확산되면서 외국인의 십중포화를 맞았다. ◆숟가락 수를 줄여라=23일 거래량이 5만주를 밑도는 코스닥기업 수가 4백개에 이르고 있다. 대부분이 액면가 5백원짜리이기 때문에 5천원 기준으로 5천주에 불과한 것이다. 이 때문에 코스닥기업의 절반은 데이트레이더와 임직원,임직원과 가까운 사람만 매매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대우증권의 정영채 주식인수부장은 "일반투자자들 중 상당수는 코스닥기업이 무엇을 하는지 알지 못해 외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실적이 좋지 않고 각종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는 회사는 과감히 도태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