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자금의 단기부동화 현상이 심해지면서 한계상황에 다다르고 있다. 정책당국에서도 자금의 부동화 현상을 풀기 위해 구체적인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현재 시중시장의 자금흐름은 지극히 단순하다. 모든 금융상품에서 자금이 이탈돼 은행권의 단기저축성 예금과 단기채권형 상품에 몰리고 있다. 이달들어 13일까지 은행권의 단기저축성 예금은 무려 4조원 이상 늘어났다. 이런 추세라면 이달중 10조원 정도의 자금이 은행 단기상품에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에 비해 44% 정도 증가하는 셈이다. 9월들어 13일 현재 단기채권형 상품에도 7천억원의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시중자금의 단기부동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투자자들은 금리 변화에 더욱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0.1%포인트의 금리차이만 생겨도 시중자금이 대거 이동하는 '부유(浮遊)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들의 매매패턴에 새로운 움직임이 감지된다. 월간 기준으로 외국인들은 주식시장에서 올 2월 이후 7개월 연속 순매도 행진을 계속해 왔다. 반면 채권을 매입해 왔다. 이같은 경향이 금리인상 가능성이 제기되고 원.달러 환율이 상승세를 보인 지난 주이후 급반전되고 있다. 다시 말해 외국인들은 보유 채권은 내다파는 반면 주식을 매입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한주간 외국인들은 약 2천억원의 보유채권을 내다판 반면 이달들어 17일까지 3천억원 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금리인상 문제가 매듭지워질 때까지 이같은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시장은 극도의 '몸사리기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정책당국이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전방위에서 강도있는 대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으나 여전히 부동산 투기에 대한 유혹은 강하게 남아 있음을 시사해 주는 대목이다.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서는 금리인상을 통해 시중 유동성을 환수하는 길 밖에 없지 않느냐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벌써부터 오는 10월 금융통화운영위원회에서 콜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될 것이라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반면 경기둔화 우려 등 예상되는 부작용이 만만치 않은 점을 감안하면 금리를 쉽게 올릴 수 있는 상황도 못된다. 국내기업들의 자금사정은 여전히 풍족한 편이다. 이번 한국은행의 추석자금 방출계획분 3조8천억원 가운데 시중은행 창구에서 빠져 나가지 않은 자금이 상당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자금이 남아 돌아 회사채 시장에선 순상환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 이달들어 19일까지 회사채 발행액이 9천4백억원에 그친 반면 상환액은 1조2천억원에 달했다. 순상환 규모가 2천6백억원에 이른 셈이다. 한편 지난주 원.달러 환율은 당초 예상과 달리 1천2백20원대까지 급등해 3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현재 일본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디플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초에 이어 엔저 정책을 재추진하고 있다. 비록 미국과 이라크간의 전쟁가능성이 낮아지긴 했지만 안전통화(safe-haven currency)로서 미 달러화가 부각되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원화 환율이 갑자기 상승함에 따라 당초 연말 환율이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던 시장 참여자들이 환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헤지용 달러화 수요가 증가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주 국내 외환시장이 월말 수출네고 장세로 들어선다 하더라도 원.달러 환율은 1천2백원 이상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상춘 <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