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MJ)의원의 대선 출마로 현대가(家)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MJ가 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은 물론이고 현대자동차, 현대상선, 현대백화점 등 현대가 기업들이 자신들의 뜻과는 무관하게 정치바람에 휘말릴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MJ의 출마를 지켜보는 현대가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난감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면서 후폭풍을 사전에 차단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현대가의 맏형인 현대차그룹은 MJ의 대선출마와 관련, 정치와 기업경영은 전혀 별개라는 정몽구(MK)회장의 신념에 따라 어떠한 지원이나 관여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현대차는 정치문제로 휘둘릴 것을 우려, 조금이라도 오해 소지가 있을 수 있는 대외행사도 자제하고 임직원의 입단속을 하는 등 이미 강력한 방어태세에 들어갔다. 현대차는 특히 MJ의 출마에 따른 직간접적 지원 우려에 대한 불식 등 정치적인 문제에 전혀 관여하지 않고 기업활동에만 전념한다는 내용을 조만간 공식화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또한 MJ와의 만남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MK는 오는 19일 세계박람회 유치활동 등을 위해 동남아지역으로 출장에 나설 계획이어서 이번 추석에 형제간의 만남도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는 정치문제와 관련해 어떠한 지원이나 관여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 확고한 만큼 외부에서도 이를 확실히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MJ의 출마와 관련해 회사 이름이 거론되는 것조차 껄끄러워할 정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대상선은 정몽헌(MH) 현대아산이사회 의장이 자사 주식 500여만주(지분율 4.9%)를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이지만 아직 구조조정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문제로 자칫 회사 정상화에 타격을 입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MJ의 출마는 개인적인 선택일 뿐 현재는 물론 앞으로도 현대상선과 무관하다"며 "사장 선임과 임원진 개편 등 내부적으로 체제정비에 힘쏟고 있는 때에 정치논리에 휘말리고 싶지 않은게 회사측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정몽근회장이 이끄는 현대백화점도 정경분리 원칙을 강조하면서 MJ의 지원을 요청받은 사실도 없고 검토한 적도 없다며 MJ 출마문제와 명확히 선을 긋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주주위주의 경영을 하는 회사에서 MJ를 지원하는 것은 있을 수 없으며 그럴 개연성도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현대해상도 MJ 출마와 관련해 회사명이 거론되는 것조차 부담스럽다는 입장으로"관심도 없고 그 부분에 대해 언급할 것도 없다"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이미 계열분리가 이뤄진 상태이기 때문에 회사입장에서 어떤 지원도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국감에 MH를 비롯해 현대아산 김윤규사장 등이 현대건설 공적자금 지원 및 금강산관광사업 문제로, 현대차 김동진사장이 위장계열사 문제로 각각 증인으로 채택되는 등 현대가 기업 관계자들이 대거 국감 증인으로 채택돼 MJ 출마에 따른 정치권의 `현대 때리기'가 가시화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