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뉴욕 주가 변화에 민감히 반응했던 아시아증시의 차별화 추세가 올해 들어 뚜렷해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넷판은 12일 올해 아시아 각국의 주가는 하향세를 보이고 있는 세계적인 추세를 거스르지는 않고 있지만 역내 대부분의 국가는 뉴욕증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낙폭을 보이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이 신문은 한국의 경우, 올해 초반 내수와 수출 증가에 힘입어 주가가 무려 40%나 상승했었다면서 미국 경제 회복세 둔화가 뚜렷해지면서 이같은 상승 모멘텀이 한풀 꺽였지만 여전히 종합주가지수는 올 들어 6.56% 상승한 상태라고 말했다. 태국의 주가도 올해 들어 20%나 올라 역내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중이다. 전체 수출 가운데 대미 수출 비중이 20%에 달하는 대만도 지난해 말 이래 주가가 16.3% 하락한 상태지만 같은 기간 20.8% 내린 S&P500지수에 비해서는 여전히 양호하다고 덧붙였다. 홍콩 소재 JF펀드의 리처드 티더링턴 글로벌 이머징마켓 담당은 "아시아지역 증시들은 세계경제가 둔화되고 있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호조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여러 가지 요인들로 인해 이러한 상대적 호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선 미국과는 달리 아시아의 거품은 5년 전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이미 터졌으며 이후 많은 기업들이 부채비율을 줄이는 등 재무구조를 개선시켜 왔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또 아시아지역 증시의 평균 주가는 장부가에 대비 1.5배, 순이익 대비 13배로 장부가와 순이익 대비 주가가 각각 3배, 18배인 미국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등 저평가 상태라는 것이다. 특히 한국과 태국의 경우 저금리 등으로 소비자들의 대출이 용이해지면서 주택, 자동차 및 TV 등의 판매가 늘고 있는 데다 경기침체로 미국 기업들이 생산비용이 저렴한 아시아 지역에 아웃소싱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FT는 티터링턴 이외에도 많은 전문가들은 아시아의 물가상승률이 낮고 경상수지가 안정돼 있기 때문에 미국에서 '더블딥'이 발생할 경우에도 정부가 저금리 등의 재정정책으로 적절히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밖에 달러 약세로 미국에서 유출된 투자자금 중 일부가 아시아로 재유입될 가능성이 높은 것도 미국으로부터 아시아 증시의 독립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메릴린치의 스펜서 화이트 지역 전략가는 아시아 기업들이 수익이 떨어지고 있는 데다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아 유가 상승은 경영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국기헌 기자 penpia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