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후면 '9.11 테러'가 발생한지 1년이 된다. 악몽을 잊을만 하니까 중동에선 다시금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다. 9.11 테러는 주식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주가가 대폭락해 수많은 투자자가 '쪽박'을 차기도 했지만 어둠속에서 이삭줍기에 나선 투자자는 '대박'의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지만 '9.11'은 변동성이 큰 증시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지를 타산지석처럼 가르쳐 주고 있다. 일시급락한 주가는 회복하고 경기 침체기에는 '성장주'보다는 가치주가 유망하고 투매가 일어날 때가 바닥이라는 점을 말해 주고 있다. 또 단타매매보다는 우량주의 '바이 앤드 홀드'가 더 높은 수익률을 보장해 준다는 걸 일깨워 주고 있다. 재평가받는 가치주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 선호(Flight to Quality) 현상이 굳어지고 있다. 신기술이란 엔진을 달고 내달리던 '성장주'가 시장에서 외면받는 대신 내재가치가 우량한 '가치주'에 매기가 쏠리는게 이를 방증한다. 미국에선 성장주가 상장돼 있는 나스닥지수가 9.11 수준이하로 떨어진 반면 가치주 중심의 다우지수는 그런대로 '선방'하고 있다. 9.11 직후 1,400선에 있던 나스닥지수는 지금 1,200선으로 떨어져 있다. 반면 다우는 8,000선을 지켜내고 있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9.11 이후 지난 5일까지 상승률 상위종목엔 성신양회 웅진코웨이 진흥상호저축은행 금호전기(이상 상장사) CJ39쇼핑 디지아이 하나투어 조아제약(이상 코스닥기업) 등이 올라 았다. 모두 탄탄한 내수기반이 있는 '가치주'들이다. 대우증권 홍성국 투자전략팀장은 "9.11은 투자자에게 경제외적인 변화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일깨웠다"며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안정적인 수익률을 안겨주는 가치주나 고배당주에 관심이 커졌다"고 말했다. 골이 깊으면 뫼도 높다 =돌발악재가 발생할 경우 관련 테마주보다는 충격으로 주가가 급락한 종목이 빠르게 반등한다는 점을 9.11은 일깨워줬다. 우리증권은 9.11테러 당시 급등락 종목의 장기 등락률과 실적을 조사한 결과 테마주들의 주가 상승률은 제한적인 반면 단기충격으로 급락세를 보인 종목의 주가 탄력이 강했다고 분석했다. 테러 관련 테마주였던 석유(중앙석유.흥구석유), DVR(3R.포스데이타), 보안(안철수연구소.에스오케이), 방산업체(테크메이트.해룡실리콘.옌트) 등이 테러발생 초기 급등한 후 조정, 연말에는 9월11일 주가대비 평균 7.5% 정도 오르는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들어서는 35.1%나 추락, 코스닥 하락률 19.5%를 훨씬 웃돌았다. 반면 테러 당시 수요 급감우려에 따른 충격으로 급락했던 아시아나와 하나투어는 각각 지난해 연말주가가 9월11일 대비 70.5%, 14.5% 상승했고 올들어서도 8.1%, 1백93%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증권 신성호 이사는 "테러나 전쟁 등 일시적인 충격으로 급락하는 종목이 반등시에 오름폭이 크다"며 "주가가 내재가치 밑으로 떨어지면 분할매수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남궁덕 기자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