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위원회가 시장건전화 방안을 서둘러 시행키로 한 것은 최근 잇따르고 있는 주가조작(속칭 작전)사건과 대주주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등을 그대로 놓아둘 경우 코스닥시장 자체의 존립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상적인 시장 기능을 상실할 경우 선의의 투자자에게 직접 피해를 준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초강경 대응책이라고 위원회측은 밝혔다. 코스닥위원회 관계자는 5일 "현재 코스닥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불공정거래를 방치하다간 투자자들의 불신이 회복 불능단계에 들어갈 것이란 우려가 위원회 내부에 팽배해 있다"고 말했다. 최근 시장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을 곰곰이 뜯어보면 이같은 우려감은 현실에 가깝다. 델타정보통신에 대한 사상 초유의 계좌도용 사건이 터진데 이어 하이퍼정보통신을 둘러싼 작전은 1천억원대의 대형 사건으로 비화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가 이미 예견돼 있었던 사안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실제 지난 99년 24건에 불과했던 코스닥시장의 불공정거래 건수는 이듬해인 2000년에는 74건으로 늘어난데 이어 지난해엔 1백33건으로 급증했다. 코스닥위원회가 퇴출 대상을 크게 늘리겠다는 내용의 첫번째 칼을 들고 나온 것은 이같은 사안의 중대성을 십분 고려한 조치라고 볼 수 있다. 불공정거래의 가능성을 먼저 차단하는데 정책의 주안점을 둬야 한다는 게 위원회의 판단이다. 주가미달 퇴출기준이 '액면가의 30∼40%미만'으로 강화되면 당장은 10여개 업체가 여기에 해당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우량기업과 부실기업간 주가 차별화가 가속화될 경우 내년 초에는 퇴출위험 기업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수합병(M&A) 활성화 방안이 동시에 추진된다는 점도 눈에 띄는 대책이다. 퇴출대상 확대조치가 '썩은 가지 잘라내기'라고 한다면 M&A 활성화는 기업들이 부실화되기 전에 사업시너지 효과를 올릴 수 있도록 시장 선순환의 물꼬를 터주기 위한 조치로 받아들일 수 있다. 지금도 코스닥시장에서 M&A가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하이퍼정보통신 등의 사례에서 보듯이 '머니게임'을 노린 작전세력에 의한 M&A가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어 시장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역이 되고 있다는 게 코스닥위원회의 판단이다. 코스닥위원회 관계자는 "내달 M&A 연구용역이 나오면 정부와의 협의를 거쳐 세제지원 등 다양한 방안을 제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코스닥시장의 진입요건 강화도 함께 추진중이다. 처음부터 양질의 기업만을 시장에 들여놓겠다는 계획이다. 증권사 IPO(기업공개)담당자들은 "최근 3년간 벤처기업중 굵직한 업체는 대부분 코스닥에 등록됐다"며 "이젠 이들 기업을 선별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따라 현재 벤처기업에 주어지고 있는 경상이익 자본금 업력 부채비율 등에 대한 특혜조항을 일부 없애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