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에는 왕도(王道)가 없다는 얘기를 자주 듣곤 한다. 영국의 유명한 펀드운용사인 인베스코(Invesco)사의 투자강령 가운데 "시행착오를 통해 배워 나간다(We are learning from trial and errors)"는 구절은 항상 필자에게 깊은 감명을 준다. 주가의 선행성을 감안할 때 주식투자는 현재가 아닌 미래를 다루는 행위에 속한다. 어느 누가 단 1분 앞의 상황을 자신있게 예측할 수 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주식 투자란 끊임없는 시행착오를 통해 겸손을 배워 나가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투자는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이다. 자금 가운데 얼마를 주식,채권에 투자하고 현금으로 얼마를 남겨 놓을 것인가 에서 부터 선택을 강요받게 된다. 또 수많은 기업 가운데 투자에 적합한 종목을 고르는 일도 선택이고 그 주식을 언제 사서 언제 파는가 하는 의사 결정도 결국 "선택의 문제"로 귀착된다. 주식투자에 있어서 실수 내지는 시행착오는 바로 잘못된 선택을 의미한다. 필자도 나름대로 과거의 시행착오를 되풀이 하지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몇 가지 유익한 투자의 원칙을 발견했다. 우선 종목의 선택에 있어서 필자가 일관되게 견지하고 있는 원칙이라면 "꿈의 기울기"에 주목 한다는 점이다. 주식 투자에 있어서 "꿈"은 기업의 미래 이익창출 능력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익의 증가율이 곧 꿈의 기울기가 되는 셈이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주가수익비율(PER)도 결국 투자 원금을 회수하는데 걸리는 "꿈에 대한 "가불(假拂)년수"를 뜻한다. 가령 PER가 1백배인 주식의 경우 회사가 벌어 들이는 이익금으로 투자 원본을 회수 하는데 1백년이 소요되며 PER가 10배인 주식은 10년이 소요됨을 의미한다. 필자의 경험으로 "꿈의 기울기"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기업들,다시 말해 이익의 증가 모멘텀이 작년 보다는 금년,금년 보다는 내년이 더욱 가파르게 증가 하는 기업들의 주가는 강세장,약세장을 불문하고 큰 시세를 분출하곤 했다. 특히 매출의 신장과 더불어 영업활동에서 발생하는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기업들의 주가 상승이 두드러지는 경향이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SK텔레콤이다. 국내 최대의 이동전화 서비스 업체인 동사의 영업이익은 지난 10년 동안 3천2백50%나 증가했다. 연 평균 42% 이상의 놀라운 증가율을 보였으며 동사의 주가 또한 지난 10년 동안 4천2백50%나 상승했다. 연평균 45%의 놀라운 수익률을 올린 셈이다. 동 기간 한국의 종합 주가지수가 고작 14% 상승한 것과 좋은 대조를 이룬다. 특히 이회사의 2000년도 영업이익 증가율은 4백67%로 극에 달했으며 이를 반영,99년부터 1년반 동안 주가는 무려 8백17%나 폭등했다. 필자는 이 외에도 지난 10여 년간 "꿈의 기울기"를 바탕으로 주가가 폭등한 숱한 사례를 기억하고 있다. 95년의 LG정보통신,96년의 성미전자 신성이엔지,97년도의 영원무역,98년도의 삼성증권,99년도의 한국전기초자,2001년도의 롯데칠성 태평양 신세계 등이 꿈의 축제의 화려한 주인공이었다. 물론 코스닥시장의 다음과 새롬기술처럼 지나친 "꿈놀이"에 취해 고무풍선이 터지듯 주가가 산산조각 나기도 했다. 2000년초 필자는 당시 PER가 3천배에 육박하는 이들 코스닥 황제주에 대하여 버블을 경고한 바 있다. 특히 이들 주식에 혼을 빼앗긴 대부분의 투자가가 과연 3천년을 인내하며 이 주식들을 들고 갈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아찔할 따름이었다. 물론 이 기업들이 매년 3백% 이상의 이익 증가세를 이어 간다면 아마도 인내의 기간은 10년으로 단축될 수도 있었겠지만 당시 상황에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우리가 꿈의 기울기에 주목하되 반드시 그 꿈의 실현 가능성도 면밀히 살펴 보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