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을 지낸 이남우씨가 독립해 만든 리캐피탈투자자문의 헤지펀드식 투자기법이 증권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투자자문사 투신사 등 국내 기관들은 잘 이용하지 않는 이른바 '대주(주식을 빌려 파는 것)' 전략을 통해 짭짤한 수익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리캐피탈은 지난 6월말 증권예탁원에서 현대중공업 주식을 빌려 2만3천원대에 장내 매도했다. 이른바 대주를 친 셈이다. 정몽준 고문의 대선 출마설이 현대중공업 주가에는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현대중공업 주가가 29일 2만원대까지 하락해 리캐피탈은 현재 주당 3천원 가까이 매매차익을 냈다. 예탁원에 주식을 빌린 대가로 연 6.6%의 이자를 주더라도 연 20%가 넘는 고수익을 거뒀다. 이같은 운용방식은 외국의 헤지펀드들이 주로 활용하는 '롱쇼트 플레이(long-short play)'라고 이 대표는 말했다. 현물 주식을 매수하면(long 포지션) 반드시 헤지(위험회피)를 위해 어느 정도의 매도 포지션(short 포지션)을 취한다는 것. 이 대표는 통상 투자위험을 회피하는 헤지 수단으로 지수선물 매도기법을 쓰지만 보유 종목이 지수 관련주가 아닐 경우 정확한 헤지가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대주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말 이후 지금까지 종합주가지수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지만 리캐피탈은 이같은 롱쇼트플레이 기법을 통해 1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물론 롱쇼트 플레이에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주한 종목의 주가가 오를 땐 손해를 볼 수 있다. 그래서 대주거래 종목을 2개 이상 복수로 정하고 유동성이 풍부한 종목만을 대상으로 한다고 그는 밝혔다. 대주 거래가 다소 투기적이라는 지적과 관련,이 대표는 "주식이 없는 상태에서 매도하는 공매도(쇼트 셀링)와는 분명 다르다"면서 시장 건전화를 위해서도 대주 거래는 활성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주 거래가 늘어날 경우 시세 조종으로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는 이른바 작전세력이 시장에 발붙이기가 어려워진다고 그는 거듭 강조했다. 이 대표는 "대부분의 투신사 자문사들이 시장수익률 초과를 운용 목표로 삼고 있지만 우리는 주가 부침과는 무관하게 매달 2%씩 연간으로 20% 가량의 수익을 안정적으로 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경기나 증시의 변동성이 워낙 커 바이 앤드 홀더(매수 후 보유) 전략은 아직 위험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포트폴리오 구성도 다른 투자자문사들과는 다르다. 지수 관련 대형주 중심의 매매를 하지 않는다. 철저한 종목별 투자전략을 펼친다. 이를 위해 리캐피탈은 5명의 펀드매니저 모두를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구성했다. 리캐피탈은 자금을 맡기는 투자자를 선별하고 있다. '대박'을 꿈꾸거나 단기 차익을 원하는 고객은 정중히 사절한다. 현금이 많고 안정적인 자산관리가 필요한 기업이나 오너 자금을 주 타깃으로 하고 있다. 최근엔 연기금 등도 리캐피탈의 독특한 운용기법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 대표는 "궁극적으로 해외 자금까지 끌어들여 한국 증시에서 제대로 된 헤지펀드 운용회사를 만드는 게 목적"이라며 "내년초 구체적인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