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등록업체의 대표이사들이 불공정행위와 관련된 것으로 발표돼 일반인에 충격을 주고 있으나 이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그 만큼 미공개정보이용, 시세조종 등 불공정행위는 일반화돼 있다. 그동안 감독당국은 증권가의 불법행위에 대해 무신경했고 사법부도 '경제사범'이라는 이유로 비교적 관대하게 처벌한데 따른 당연한 결과다. 이에 따른 피해는 '작전'도 모르고 정보에도 어두운 일반투자자들이다. ◆ 망가지는 코스닥시장 증권선물위원회는 이날 시세조종 등 불공정행위 관련 혐의로 모디아.솔빛텔레콤.아일인텍.에이디칩스의 대표이사 등을 무더기로 검찰에 고발했다. 상승세반전을 시도하던 코스닥 주가지수는 이 사실이 알려지자 금방 고개를 숙였고 해당 업체의 주가는 하한가로 곤두박질했다. 이 기업들의 대표이사와 대주주 등은 시세조종을 위해 작전세력과 결탁했는가 하면 허위공시를 내보낸 뒤 차익을 챙기는 등의 수법을 서슴지 않았다. 이 사건은 기관계좌를 도용한 델타정보통신 불법거래 사건수사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충격은 더욱 컸다. 아울러 코스닥시장의 대표종목들이 속속 불공정행위와 관련돼 더욱 충격이 크다. 이번 대표이사가 검찰에 고발된 모디아는 2001년 1월 등록한 모바일시스템통합전문업체로 안철수연구소, 엔씨소프트 등과 함께 코스닥의 '황제주'로 불리웠다. 등록초기 한때 주가가 11만5천원까지 솟았다. 지난달말 전현직 임직원과 친인척들이 내부거래로 검찰에 고발된 새롬기술도 코스닥시장의 대표주에 해당된다. ◆ 한국증시는 도덕 불감증 대부분의 증시 참여자들이 불공정행위에 대한 '도덕 불감증'에 빠져있는게 문제의 핵심이다. 이번 델타정보통신 사건의 용의자중 한명인 대우증권 직원 안모씨가 경찰당국에 붙잡힌 것에 대해서도 증권가에서는 `안됐다'는 시각이 적지않다. 증권가 사람이라면 대부분이 경험한 일인데 `재수없이' 안씨가 걸렸다고 보기때문이다. 또 증권거래소에서는 한때 투자에 조심하라는 차원에서 `작전우려 종목'을 발표한 적이 있었는데, 주가가 하락하기는 커녕 투기꾼들이 몰려 주가가 치솟는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했다. 한국에서 기업공시를 믿고 주식을 사면 초보자라는 얘기가 일반화돼 있다. 대체로 공시전에 주가는 계속 오르다 공시가 나오면 바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정보를 미리 입수한 사람들이 주식을 미리 사놨다가 공시 시점에 맞춰 파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증권가 사람들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정보를 이용한 사기행위다.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위원회가 `사전경고제'를 도입하고 있는 것은 불법행위가 얼마나 많은지를 보여준다. `작전' 시작단계에 경고를 보내는 이 제도는 마치 강도에게 `조금만 찌르고 돌아가 달라'고 부탁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 감독당국의 책임도 크다 실제로 증권.투신사의 각종 불법행위는 방치돼 왔고 이는 증권가의 도덕불감증으로 이어졌다. 증권.투신사들이 기업분석 보고서를 기관에 사전에 유출해도 금융감독원은 모른체 했고 보고서에 기업들의 미공개정보를 담아도 불법행위인지 여부를 판단하지 못할 정도로 관심을 기울인 적이 없다. 상장.등록기업들이 기관에게 주요정보를 먼저 보내줘 일반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끼쳐도 금감원은 팔장끼고 있다. 게다가 불공정행위 관련행정도 불투명하다. 금감원은 1차 단속기관인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위가 불공정행위 관련 단속결과를 발표하면 곧바로 감사기관으로서의 `보복'에 나선다. 금감원의 고유권한을 잠식한다는 걱정 때문이다. 그래서 금감원은 증권거래소.코스닥위가 불공정행위 관련 단속통계를 발표하는 것도 막고 있는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한 투자자는 "이런 상황에서 불공정행위가 횡행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당국에 걸릴 확률보다는 그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면 누구나 불공정행위에 대한 유혹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이동경 기자 keun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