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박스권내에 갇힐 전망이다. 수급 부재와 외부여건의 불확실성은 환율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8월 넷째 주 환율( 8. 26∼ 8. 30)은 월말로 본격 접어드는 기간에 돌입한 가운데 달러/엔 환율과 네고 등 물량부담 등이 혼재될 것으로 보인다. 그날그날 달러/엔 환율의 동향이나 수급 상황에 따른 변동이 심한 장세가 전개될 여지가 있는 셈. 다만 어느 한쪽으로 일방적으로 기우는 흐름보다는 위아래 제한될 요인을 품고 박스권내 레벨 이동만 잦을 가능성이 크다. 달러/엔 환율은 120엔대 등정여부를 놓고 고민이 한창이다. 미국 달러화가 뉴욕 증시의 흐름과 궤적을 맞춰 움직이는 가운데 추가 방향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수급상 월말 요인을 무시할 수는 없다. 네고물량 공급이 예상되는 한편 월말 부근 NDF 정산관련(픽싱) 역내 매물이 대규모로 대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 주식매매동향은 혼조양상을 띠면서 관심권 밖이나 어느 한쪽으로 몰릴 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 1,190∼1,210원 무난 = 한경닷컴이 은행권 외환딜러 16명을 대상으로 환율전망을 조사한 결과, 예상 환율의 저점은 단순평균으로 1,189.69원, 고점은 1,210.25원으로 집계됐다. 지난주 장중 저점인 1,187.50원과 고점인 1,204.80원에서 상향한 수준. 조사결과, 위쪽으로는 8명의 딜러가 '1,210∼1,211원'을, 4명이 '1,215∼1,220원'을 상승의 한계로 전망, 1,210원대에 대한 테스트를 염두에 뒀다. 이어 3명이 '1,205∼1,208원'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본 한편 1명이 '1,200원'이 막힐 것으로 예상했다. 아래쪽으로 11명이 '1,190원'을 저점으로 가장 많이 지목했으며 3명이 '1,195원'까지 하락 가능성을 제기, 1,190원대가 지지될 것이란 전망을 높였다. 이어 2명이 이달 박스권 하단인 '1,180원'까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주 환율은 전반적인 상승 흐름을 타고 1,200원대를 회복했다. 달러/엔 환율이 서서히 오름세를 유지하자 이에 동참하는 가운데 달러/원은 대체로 1,190원대에 흡착했었다. 주중 역외선물환(NDF)정산관련 역내매도세 가중이 환율의 일시적인 하락을 유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주말을 앞두고 대우전자 외화대출관련 매수세 등으로 환율은 급등, 1,202.60원에 한 주를 마감했다. ◆ 추세논의 '시기상조' = 시장 참가자들의 방향 감각이 무뎌진 상태다. 모멘텀이 없어 환율은 이리저리 부유하고 있지만 박스권내 철저히 갇힌 모습을 보이고 있다. 8월 들어 종가기준으로 1,182.80∼1,209.20원, 즉 1,180∼1,210원 박스권에 꽁꽁 묶여 있는 셈. 지난주 상승세를 나타냈지만 여지없이 고점에서는 업체 매물 등이 출회, 상승시도가 여의치 않음을 입증했다. 시장은 아직 '추세를 논하기엔 이른 시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 달러화가 뉴욕 증시와 맞물려 차츰 강세를 보이긴 했으나 추가 상승에 대한 전망은 썩 강하지 않다. 미국 경제의 회복시점과 더블딥 우려에 대한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달러/엔 환율의 뚜렷한 방향성이 확보되지 못한 상태에서 달러/원도 자체 움직임을 강화할 가능성은 낮다. 수급 또한 일방적인 공급이나 수요우위가 아니다. 레벨에 따른 수급상황의 변동과 최근 유동성 부족은 환율 추세를 유도하기엔 역부족이다. 아랍은행 정운갑 딜러는 "밤새 달러/엔을 따라갔다가 장중에는 수급으로 돌아서는 등 이원화된 장세"라며 "달러/엔이 위로 계속 막히고 있고 수급도 여의치 않아 추세를 논하기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 미국 경기 '아직은...' = 달러/원은 달러/엔을 보고 레벨을 맞출 수 밖에 없다. 속도와 변동폭에서는 서로 차이가 있으나 기본적으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지난주 점차 오름세를 보이던 달러/엔 환율은 120엔대 본격 등정을 앞두고 멈칫한 상태. 몇 차례 120엔대 진입 시도가 있었으나 지난주 말 뉴욕장에서 달러/엔은 119.58엔으로 소폭 하락 마감했다. 추가 상승 가능성 타진을 놓고 120.30엔대를 뚫지 못함에 따라 물량 소화과정이 좀 더 전개될 것이란 점을 시사했다. 달러/엔은 대체로 뉴욕 증시의 움직임과 보조를 맞추면서 오르내리고 있다. 미국 경제의 더블딥 우려가 채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 경기의 회복속도를 장담할 만한 요인도 부족하다. 미국 경제지표의 추가적인 변동이나 어떤 뚜렷한 징후가 나타나기 전에 달러/엔도 이달 박스권인 116∼121엔 범위를 벗어나긴 어렵지 않느냐는 견해가 우세하다. 우리은행 박시완 딜러는 "달러/엔이 120엔대를 지지하면서 안착할 것인지 혼선된다"며 "달러/엔이 120.30엔을 뚫어야 달러/원 1,200원대 안착을 지지할 것이나 월말 NDF픽싱 셀이 많아 주후반에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 월말 시점 염두 = 월말을 목전에 뒀다는 인식이 물량 공급에 대한 기대감을 증식시킬 수 있다. 그러나 8월 전통적으로 수급이 많지 않음을 감안하고 급한 매물도 어느정도 처리됐다고 보면 공급이 일반적인 우위를 보이며 쏟아질 것이란 기대는 힘들다. 최근 유가 상승, 미-이라크전 발발 가능성 등으로 달러수요가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는 점도 수급에 영향을 주고 있다. 역외도 매도보다는 매수쪽에 관심이 좀 더 기울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NAB 홍승모차장은 "전 고점 테스트 여지는 월말이라 부담이 있다"며 "앞서 1,210원이 두 번이나 막히고 이 선에서 미래 헤지매도 의사가 많아 달러/엔에 따른 오름세가 있어도 완만하게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엔/원 환율은 100엔당 1,000원 수준에 근접해 있으나 이 선 밑에서는 매수세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달러/원이 빠지기가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 중의 하나.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