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시장 상황과 전망을 둘러싸고 전문가들의 견해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가 상반된 현상을 보여주는 자료를 동시에 발표하는가 하면 애널리스트들의 전망도 제각각이다. 반도체 가격도 현물시장과 고정거래처 공급가격이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혼동을 주고 있다. SEMI는 25일 2.4분기 전세계 반도체 장비주문액이 67억2천만달러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 급증했다고 밝혔다. 전분기에 비해서는 62% 늘어난 것이다. 이에 대해 SEMI의 스탠리 마이어 사장은 "시장에서 강력한 회복 징후를 찾아보기는 힘들지만 최악의 상황은 지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 22일 SEMI가 지난달 북미 반도체장비업계의 수주 출하비율(BB율)이 12개월 만에 처음으로 하락, "전반적인 경제와 전자제품 시장의 회복세가 둔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댄 트레이시 연구원)던 설명과는 정반대다. 2.4분기 전세계 반도체 공장 가동률은 86.4%를 기록해 전분기(77.3%)보다 9.1%포인트 개선됐다고 최근 국제반도체생산능력통계(SICAS)가 밝혔다. 그러나 반도체 파운드리업체인 대만의 TSMC와 UMC는 3.4분기 설비가동률이 70% 이하로 급락할 것으로 예상하는 등 어두운 전망들도 적잖게 나오고 있다. 최근 메모리 주력제품으로 부상하고 있는 DDR(더블데이터레이트)의 경우도 고정거래처에 대한 공급가격은 꾸준히 인상되고 있는 추세인 반면 현물시장에서는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반도체시장관련 지표들이 이처럼 엇갈리게 나타남에 따라 애널리스트와 해외언론들의 전망도 둘로 나뉘고 있다. 송명섭 KGI증권 애널리스트는 3분기말∼4분기초의 PC특수가 기대에 못미치면 D램 공급이 수요를 또다시 초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세계 반도체 업계가 올 하반기에도 수요 부진으로 어려움이 가중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포브스지는 내년엔 반도체 수요가 다시 감소하면서 '더블딥'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김영준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전통적 계절수요로 인해 D램 가격이 오름세를 탈 것으로 전망했다. 데이터퀘스트도 4.4분기부터 반도체 경기가 본격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우종 팀장은 "반도체 시황이 최악의 상태는 벗어났으나 반등폭이 작아 해석에 차이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요약했다. 임홍빈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전반적으로 시장이 호전되고 있지만 BB율 등 몇몇 지표만으론 판단하기 어려운 형편"이라며 "제품 및 업체에 따라 경기가 다르게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