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계좌를 도용해 258억원어치의 주식을 거래한사건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많은 의문점을 갖고 있다. 경찰과 금감원은 일단 작전세력이 주가를 끌어올린 뒤 보유물량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해당 증권사가 장 마감후에 금방 파악할 수 있는 사건을 저지른 이유가 무엇인지 ▲왜 최대주주는 계속 바뀌었는지 ▲현대투신운용과 대우증권에는 공모자가 없는지 등에 대한 의문이 확산되고 있다. ◆ 들통날 범죄 왜 저질렀나 23일의 비정상적인 거래는 오전 10시5분께 코스닥위원회와 대우증권에 의해 바로 적발됐다. 더욱이 증권사들은 매일 마감후에 법인거래를 정리하기 때문에 이같은 어처구니없는 거래는 반드시 들통나게 돼있었다. 바보가 아닌한 이같은 거래가 감시망에 걸릴 것이라는 점과 결제 역시 3일후에 이뤄지기때문에 현금화가 어렵다는 것을 모를리 없다. 그렇다면 들통나더라도 현금화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현재로서 가장 가능성있는 시나리오는 사채업자를 이용한 방법이다. 예를 들어 작전세력이 갖고 있는 물량을 비교적 싼 가격에 사채업자에게 매각한다. 매도조건으로는 사채업자들이 주식을 금방 처분할 수있도록 매수자를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한다. 작전세력은 먼저 매도자금의 일부를 건네받고 사채업자가 주식을 매각한 뒤에 잔금을 받는다. 대금을 확보한 작전세력은 신속하게 잠적하고 사채업자는 불법행위를 인지 또는 공모하지 않은 만큼 매도대금을 출금하는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이는 추정에 불과하다. 정확한 경위는 수사가 진행돼야 나올 것으로 보인다. ◆ 최대주주 왜 자주 바뀌었나 델타정보통신의 최대주주가 여러번 바뀐 이유도 석연치 않다. 2000년 7월10일 신규등록시에는 대표이사 이모씨가 15.55%, 대표이사의 친인척이자 임원인 김모씨가 14.43%, 임원인 또다른 김모씨가 14.43% 등의 주식을 각각 갖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7월15일 이들 세 사람은 전체 보유지분 36.8%인 270만주를 임천무씨에게 넘기는 계약을 체결했다. 가격은 주당 2천505원으로 그날 종가인 2천360원과 큰 차이가 없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전혀 없었던 셈이다. 일반적인 경영권 양도에는 프리미엄이 붙는다는 점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 계약에 따라 임천무씨는 지난 8월2일 210만주를 받았고 22일 60만주를 추가로 확보했다. 이어 22일 오후 270만주를 증권예탁원에서 출고한 뒤 잠적했다. 또 임씨는 당일 장경묵씨에게 이 지분을 넘겼다고 회사측은 전했다. 임천무씨는 실제로 8월2일 이후 최대주주인데도 회사에 출근하지 않았다. 따라서 처음부터 회사경영에는 관심이 없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최대주주가 바뀌는 것 자체가 주가상승을 유도할 수 있는 호재가 되기도 한다"면서 "아울러 임천무씨와 장경묵씨가 실제로 어떤 인물인지도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어 이들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고 말했다. ◆왜 금요일 오전을 택했나 상식적으로 금요일 오전은 범행을 저지르는데 적합하지 않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증시가 열리지 않아 결제일은 화요일로 길어지고 당국은 좀더 많은 조사시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전 시간보다 오후 시간에 범행을 저지르면 범인들이 좀더 많은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오전을 선택한 이유도 이해하기 어렵다. 아울러 매수주문 창구로 대우증권은 선택한 것은 사이버계좌 개설이 비교적 쉬웠기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 있으나 매도창구로 대신증권을 선택한 이유도 궁금한 부분이다. 이와 함께 현대투신운용과 대우증권 내부에 공모자가 있는게 아니냐는 의심도 나오고 있다. PC방에서 500만주의 매수주문을 낸 사람은 현대투신운용 법인계좌의 계좌번호, 사업자등록번호, 비밀번호 등을 파악한 뒤 매수주문을 냈다. 사업자등록번호는 세금계산서, 계좌번호는 사업자등록번호 등을 알고 있으면 쉽게 파악 가능하지만 현대투신운용과 대우증권 직원들중 누군가가 이런 정보를 유출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기자 keunyoung@yna.co.kr